청와대 “대통령, 딱 한 사람한테 감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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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3일 청와대 분위기는 차가운 바깥 날씨보다 더 냉랭했다. 참모들 사이에선 “일이 손에 안 잡힌다”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보인 한나라당의 태도에 이명박 대통령이 느낀 실망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 전 후보자의 사퇴로 양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듯했지만 청와대의 속사정은 정반대였다.

 26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만찬이 불투명해진 게 대표적이다.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만찬은 그대로 진행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확정되지 않은 걸로 봐달라. 26일엔 하기 힘들고,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예 안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만찬이 예정된 26일에 이 대통령이 소화해야 할 다른 일정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년인사 차원에서 기획됐던 당·청 만찬에 대해 청와대가 불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리기 전에는 만찬이 열리기 힘들다고 보는 참모들이 청와대 내엔 많다.

  특히 청와대 인사들은 여전히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성토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 인사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 대통령은 여러 사람이 아닌 단 한 사람에게만 감정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안 대표 취임 이후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을 정례화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배려해왔다”며 “이런 안 대표에게 뒤통수를 한 방 맞았으니 대통령의 심정이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선 “한나라당과 냉각기를 당분간 갖는 정도가 아니라, 결빙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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