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제 가능성 짚어 미리 대응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정부가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어제 ‘서민 물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이 발표됐고, 기준금리도 소폭 인상됐다. 현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거의 망라했다. 금리는 당초 동결 예상과 달라, 물가상승 심리를 다소 억제할 것 같다. 안정보다는 성장에 상당한 미련을 갖고 있던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물가와 전세가 대란(大亂)을 넘어 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라서다. 이유야 어떻든 정책방향을 전환한 건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잘했다.

 문제는 이것으로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힐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등 해외 인플레이션 요인은 여전하다. 과잉 유동성과 임금 상승 등 국내 물가 압력요인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물가대책이 더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선제적 물가대책이 참으로 아쉬운 건 그래서다.

 그동안 정부는 안정을 등한시해 왔다. 간과한 것인지, 우선순위가 낮았기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중에라도 금리 인상과 유동성 환수 등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위기를 회복하려고 풀었던 엄청난 유동성을 제때 환수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이 닥친다는 경고는 수없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는 3~4%대의 잠재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과잉 성장(6.1% 추정)을 했다. 2009년 여름부터 시작됐던 전세난 역시 지난해 이맘때 재연됐다. 수요보다 공급이 태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여러 차례 금리인상 등 선제(先制)적 경제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경제회복이라는 정책기조를 전환할 때가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문제가 터져야만 화들짝 놀라 과잉 대처하는 이 정부의 고질병 탓이다. 그러니 늘 일시적, 미봉적,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이는 것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미리 대처하면서 불씨를 꺼 나가는, 선제적 경제정책을 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