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T 총괄사장 “배경도 연줄도 없다 내 뒤엔 5000 직원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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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 SKT 총괄사장

하성민(54·사진) SK텔레콤 총괄 사장이 12일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대대적인 SK그룹의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지난해 말 취임했다. 하사장은 이날 “젊은 조직다운 스피드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SK텔레콤의 화두인 ‘압도적 스피드’를 강조한 것이다. 임원 회의는 한 시간 이내로, 그 안에 꼭 결론을 내야 하는 게 최근 SK텔레콤의 분위기다.

 그는 가을께로 예상됐던 4세대 이동통신(LTE) 사업을 7월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갤럭시S 후속 모델을 독점 공급하고, 협력사와 일반 개발자들을 위한 기반 기술 개방도 서두를 심산이다. 그는 “사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게 최태원 SK 회장의 주문”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서라면 경쟁사와의 협력과 개방도 마다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임 최고경영자(CEO) 정만원 SK그룹 부회장보다는 다섯 살,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 CEO들보다는 열 살가량이 적다. 그러나 그를 더 주목하게 하는 것은 SK그룹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순수 토종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란 점이다. 그는 부산 동래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옛 ‘선경’에 입사해 28년을 ‘SK맨’으로 살았다. 국가고시 출신, 석·박사 학위자, 해외 유학파가 넘쳐나는 SK텔레콤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뚫고 CEO가 됐다.

 주변 사람들은 “하 사장은 성공한 직장인의 교범이 될 만한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임원은 “수하 팀장들이 ‘함께 술 한잔하고 싶다’고 하면 자정 가까운 시간에도 포장마차로 향한다. 고민을 끝까지, 주의 깊게 들어준다”고 전했다. 다른 임원은 “상사에겐 실무 중심의 군더더기 없는 보고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차분하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태도까지 더해져 그는 “라인(연줄)도 없지만 적도 없는 인물”이란 평판을 얻었다. 실제 그를 오래 봐온 SK계열사 임원은 “재무·전략·마케팅 등 국내 1위 이동통신기업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지만 정치인, 고위 관료 같은 힘있는 이들과의 교분에 힘쓰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실무형 CEO 이미지를 외려 단점으로 꼽는 이들도 없지 않다. 통신산업은 대표적 규제산업이다. 그런 만큼 이전부터 주요 통신업체 CEO 중에는 ‘관(官)’ 출신이 많았다. 그에 비해 하 사장은 그가 사석에서 간혹 하는 말처럼, 든든한 배경도 화려한 인맥도 부족하다.

 이에 대해 하 사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경쟁사 CEO들에 비해) 경륜과 인생경험이 뒤지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내 뒤엔 4600여 직원과 관계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늘 그렇듯 부드러운 얼굴로 “그들이 나를 보고 있다. 조직 대표로서 (경쟁사에) 뒤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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