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서 도난신고 늦게 해도 신용카드 피해 보상 못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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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도난신고를 곧바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부정 사용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11일 여신금융협회가 발간한 ‘분쟁조정 사례집’에는 만취 상태라는 이유로 카드를 도난당하고도 사고 방지 조치를 늦게 해 보상받지 못한 사례가 소개됐다.

A씨는 2006년 7월 4일 오후 11시쯤 회식을 마친 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만취 상태로 택시를 타고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집으로 귀가하다 잠이 들었다. 잠시 후 깨어나 보니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가 카드 비밀번호를 대라고 협박해 비밀번호를 알려 줬다. 범인은 생소한 곳에 A씨를 내려 주고 달아났고, A씨는 다시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술이 덜 깬 A씨는 다음 날 오전 7시41분에야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미 카드 절도범이 현금서비스로 513만원을 빼내간 뒤였다.

A씨는 카드사 측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태에서 비밀번호를 알려 줬고 만취 상태에서 정신이 혼미해 도난 신고를 늦게 했다”며 “카드사가 사고 금액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카드사가 거부하자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카드를 도난당하면서 비밀번호를 함께 알려 줬다면 카드 소유자가 택시에서 하차한 직후 도난신고 등 사고 방지 조치를 해야 했다”며 카드사가 사고금액을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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