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게이츠 방문 이틀 전 스텔스 시험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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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9일 중국을 방문했다. 게이츠 장관은 량광례(梁光烈·양광렬)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양국 군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으로 향하는 공군기 내에서 “이번 미·중 국방장관 회담의 핵심 안건은 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게이츠 장관은 방중에 이어 14일까지 한국과 일본에 들러 북핵 교착 사태를 놓고 양국 관계 당국자들과 현안 조율에 나선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이 한반도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등 중국과 원만한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신경을 썼다.

중국에선 게이츠의 방중을 지난해 1월 미국의 대만에 대한 전투기 판매 결정 이후 단절된 미·중 고위급 군사교류가 다시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이츠는 중국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젠-20)와 관련, “이 전투기가 레이더망을 얼마나 잘 피할지는 의문시되지만 미국 정보기관이 예측한 것보다 개발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중국 스텔스 전투기 젠(殲)-20(J-20). [뉴시스]


중국은 이번 미·중 고위급 군사교류에서 증강된 군사력을 과시할 속셈으로 보인다. 홍콩 명보(明報)는 9일 “게이츠 장관이 방중 동안 중국의 전략 핵미사일을 관할하는 베이징의 제2포병사령부를 찾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005년 10월 방중한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에게 제2포병사령부의 문을 열었다. 부대 창설 39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방 관계자의 방문을 허용한 것이었다.

  럼즈펠드의 방중 당시 중국은 수세적이었다. 럼즈펠드는 방중에 앞서 ‘중국이 전 세계를 사정권으로 하는 전략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핵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동기가 뭔지 궁금하다’고 중국 위협론을 부추겼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은 제2포병사령부를 공개해 미사일 보유 수준이 정상적인 방어 차원을 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게이츠 장관에게는 핵미사일 역량을 오히려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항모 킬러’로 불리는 둥펑(東風)21-D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를 앞두고 시험발사를 거듭하고 있다. 홍콩 군사 소식통은 “제2포병은 둥펑21-D를 비롯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는 둥펑31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에 자신들의 힘을 인정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두서 젠-20 가동=홍콩 동방일보는 “7일 청두(成都) 공군기지에서 중국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이 일반에 공개돼 시험 운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청두 공항은 이날 2시간여 민항기의 이착륙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이날 기상 상황을 이유로 젠-20의 활주와 감속 시범으로 대체했다. 이 또한 게이츠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벌인 무력시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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