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학회장에게 듣는다 ③ 김영수 대한의료로봇학회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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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교수가 자신이 만든 로봇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교수는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차세대 지능형 수술시스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로봇수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국내 로봇수술을 처음 도입한 한 교수의 로봇수술 비하 발언 이후,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거세다. 비싼 비용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과, 로봇수술은 이제 태동 단계이므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외과수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외국의 시장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도 서둘러 로봇수술을 익히고, 국내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료로봇학회 신임 이사장 김영수 교수(한양대병원 신경외과)를 만나 국내 로봇수술의 현주소를 들었다.

- 국내에선 로봇수술을 얼마나 하고 있나.

“수술용 로봇은 ‘다빈치’와 ‘로봇닥’ 두 가지가 있다. 다빈치는 한국에 27개 병원 총 33대가 도입됐다. 로봇닥은 7~8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빈치는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로봇이다. 사람의 손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부위를 가느다란 로봇 팔이 들어가 환부를 도려내고 꿰맨다. 의사는 로봇 조정만 하면 된다. 로봇닥은 인공관절수술 로봇이다. 인공관절을 부착할 부위의 무릎 뼈를 미리 깎도록 설계됐다. 척추를 수술하는 스파인어시스트, 뇌를 수술하는 뉴로메이트, 감마나이프도 의료용 로봇이라 할 수 있다.”

 -효과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이다. 같은 질환이라도 다빈치로 수술하면 5~10배 이상 높은 수술비를 부담해야 한다. 병원에서 신의료기기를 들여올 때 몇 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 계산해 환자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비용의 범주가 정해진다. 기계 구입비가 30~40억 정도로 너무 비싸니 환자에게 받아야 하는 수술비용도 그만큼 비싸진다. 국내 공급회사가 독과점이라 기기 값이 비싸졌다. 수년 내로 외국산 다빈치를 대체하는 국내 연구진의 로봇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그럼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훨씬 줄 것이다. ”

 -왜 로봇수술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환자를 위해서다. 이미 손으로 하는 수술은 한계에 이르렀다. 우리는 더 좋은 수술 결과와, 삶의 질까지 고려한 수술법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로봇수술은 외과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좁은 부위의 수술도 로봇으로 가능해졌고, 전신마취가 필요해 수술을 포기해야 했던 노령자도 부분마취로 수술이 가능케 됐다. 그밖에 로봇수술은 절개범위·출혈·상처부위·신경손상·통증·감염 위험 등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입원기간을 줄여 직장으로 복귀시간도 줄인다. 수술을 ‘규격화’하는 점도 중요하다. 지방에 사는 환자가 굳이 명의를 찾아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로봇으로 균등한 수술을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게 된다. 원격·화상수술도 가능해진다.”

 -정부에서도 의료용 로봇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던데.

 “로봇개발은 지식경제부의 국가성장동력 10대 선정과제 중 하나다. 특히 의료용 로봇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학습용·주방용 로봇을 개발해 봤자 비싸면 100만원이다. 의료용 로봇은 수십억이다. 10개 개발에 투자해서 1개만 성공해도 엄청난 국부 창출을 이룬다.”

 -국내에서 개발된 로봇은 어떤 것이 있나.

 “아직 연구 단계다. 나사로 척추 뼈를 고정하는 척추디스크 수술용 로봇이 국내 특허출원 중이다. 이 로봇을 쓰면 몇 개의 구멍만 뚫고도 척추 수술이 가능해진다. 출혈·상처·입원기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혈관 속을 돌아다니다 특정 부위에만 작용하는 마이크로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간암에만 듣는 약물 캡슐을 탑재한 로봇을 혈관에 주입하면 그 로봇이 간에만 가서 약물을 방출한다. 막힌 심장혈관 부위를 찾아가서 약물을 방출해 혈관을 뚫기도 한다. 현재 국내 연구진이 개발 중이다.”

 -학회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나.

 “ 학회에서는 매년 다용도의 로봇수술 임상결과를 발표하고, 개선점을 찾는다. 의료용 로봇기기 사용과 개발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직접 기기를 만드는 일도 할 것이다. 로봇수술이 국내서 본격 도입한 지 이제 5년 여다. 지금은 합(合)에 이르는 정(正)과 반(反)의 단계에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한국이 빨리 로봇수술 기술을 발전시켜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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