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비디오, 81년 CD플레이어 … 미래 선도하는 ‘기술 올림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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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04면

소비자가전쇼(CE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다. 1967년 뉴욕에서 처음 열렸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열리다가 98년부터 새해 벽두에 한 번만 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CES가 열리면 라스베이거스는 제조업체·유통업체·개발자·시장분석가 등으로 붐빈다. 중심가인 스트립 주변 호텔은 방이 동난다. 하루 100달러 안팎이던 호텔비가 400~500달러로 뛴다. 평소 스트립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가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까지 40~50분씩 걸리기도 한다.

매년 초 전 세계 설레게 하는 미국 CES

CES에서는 주로 가전제품을 전시한다. 비디오(VCR)는 71년 이 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81년 CES에선 CD플레이어가 등장했다. 21세기에는 통신·전자·컴퓨터 분야의 융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명실공히 전자산업의 대표 전시회로 발돋움했다. 특히 매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컴덱스(COMDEX)가 2003년 막을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분야까지 CES로 넘어갔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자 분야에서는 세빗(CeBIT)과 IFA가 CES와 함께 3대 전시회로 불렸다. 26년 시작된 IFA는 매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려 ‘베를린 라디오쇼’로 불린다.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처음에는 통신 분야를 주로 다뤘지만 지금은 유럽 최대의 종합 전자전시회로 발돋움했다. CES에서는 TV를 중심으로 그해의 전략 제품이 전시된다. IFA는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 제품을 일반인과 유통업체에 보여 주는 의미가 강하다.

매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CeBIT은 컴덱스와 마찬가지로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이 자리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차지했다. 휴대전화의 급성장에 따라 매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는 단기간에 주요 전시회로 떠올랐다.

최근 CES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TV다. 가전제품 가운데 가장 시장 규모가 큰 데다 거실 한복판에 놓이기 때문에 집안에서 두고두고 브랜드를 과시하는 효과까지 있다. 삼성전자·LG전자·파나소닉·소니·필립스 등 주요 업체들이 CES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98년 브라운관 방식의 고화질(HD) TV에 이어 2001년에는 플라스마(PDP) TV가 CES를 통해 첫선을 보이면서 크기 경쟁이 불붙었다. 큰 화면은 바로 기술력의 상징이었다. 삼성이 2005년 102인치 PDP TV를 내놓자 샤프는 2년 뒤 107인치 액정(LCD) TV로 반격했다. 이듬해 파나소닉은 150인치 PDP TV로 크기 경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크기 경쟁에 이어 몇 년 전부터 강조하는 게 디자인과 화질이다. 그 효시는 2006년 삼성이 내놓은 보르도 시리즈. 평판 TV는 은색 테두리에 화면 양 옆에 스피커를 단 디자인이 주류였다. 반면 보르도는 얇고 광택 나는 검은색 테두리에 스피커를 숨긴 날씬한 모습이었다. 삼성은 그해에 보르도를 앞세워 TV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만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디자인 다음으로 화질 경쟁이 벌어졌다. 삼성은 2009년 빛을 내는 반도체인 발광다이오드(LED)를 백라이트유닛으로 장착한 LCD TV, 지난해 3D TV 등을 내놓으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도 TV 경쟁은 여전하다. 2005년 인터넷(IP)TV가 첫선을 보인 이래 TV를 인터넷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방송사에서 보내 주는 화면만 보지 않고 웹에서 다양한 콘텐트를 골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스마트폰처럼 각종 응용 프로그램(앱)을 설치해 영상뿐 아니라 뉴스·쇼핑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TV’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6일(현지시간) 개막 기조연설에 나선 윤부근(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삼성전자 사장은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3D LED TV를 소개했다. 이 제품은 테두리가 5㎜에 불과하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연방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LG전자는 이에 맞서 채널을 돌리지 않으면서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는 ‘홈 대시보드’와 콘텐트 관련 정보를 웹에서 찾아주는 ‘미디어링크’ 기능을 갖춘 스마트TV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승권 사장은 어떤 TV라도 HDMI 연결단자만 있으면 인터넷과 연결해 스마트TV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TV 업그레이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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