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빈손의 사건만발 독일 여행

중앙일보

입력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은 어떤 모습일까. 칸트나 니체처럼 무겁고 심각한 철학자들의 나라, 싸늘하고 궂은 날씨에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칙칙한 나라, 경직된 군복을 입은 차가운 눈매의 독일군들이 세계 정복을 꿈꾸고 있는 나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 독일은 영화나 책에서 무겁고 딱딱한 나라로 묘사되곤 했다. 그러나 노빈손의 사건만발 독일 여행(뜨인돌출판사)은 독일을 ‘동화와 전설의 나라’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용을 잡는 모험으로 요란하게 시작된 노빈손의 독일 여행은 쾰른 대성당 공사장에서 돌 나르기, 베토벤의 이발사 노릇, 철학자들과의 끝장 토론, 석재 장인의 도제 되기등 화제성있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노빈손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일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나라인지 깨닫게 된다. 독일의 전설과 역사, 문화를 체험하는 건 기본.

『노빈손의 사건만발 독일 여행』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해 노빈손 스타일로 재미를 더했다.

어느날 메피스토펠레스 악마양성학교 낙제생인 한수 비나이더에게 특별 과제가 떨어진다. 독일에 놀러온 노빈손의 영혼을 가져오라는 것. 한수 비나이더는 우등생 악마에게 조언을 구해 ‘불사의 몸’, ‘현자의 지혜’, ‘절대 권력’이라는 유혹으로 무장한 뒤 노빈손의 영혼을 사로잡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한수 비나이너가 처음 노빈손을 안내한 곳은 게르만 신화 속. 자꾸프리트 왕자와 함께 용을 무찌르는 노빈손의 모험 속에서 반지의 제왕 등 많은 판타지 소설의 근간이 된 북유럽 신화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두 번째 유혹을 위해 노빈손이 가게 되는 곳은 독일의 철학자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토론 현장이다. 내면적인 문화가 발달한 독일에서 인류의 정신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위대한 철학자들과 음악가들을 만난다. 세 번째 유혹을 통해선 중부 유럽의 약소국이었던 독일이 어떻게 유럽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했는지, 독일은 왜 1·2차세계대전을 일으켰는지에 관한 시대 배경을 살펴보고 1·2차 세계대전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저 어렵게 느꼈던 1·2 세계대전의 역사적 배경은 물론 독일의 통일 과정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무뚝뚝하고 철저한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했던 독일인의 모습은 실제일까. 노빈손의 사건만발 독일 여행에선 독일인의 기질과 생활방식, 음식문화, 축제 등 무심코 지나쳤던 독일인의 문화를 면밀히 살펴본다.

이 책에선 섬세하고 친절한 독일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독일인은 식탁엔 꼭 꽃을 놓고, 길을 물어보면 두세 번 확인할 정도로 친절하다. 한번 친구가 되면 절대 변하지 않는다. 2주 동안 전 세계에서 700만명이 찾아와 600만 리터의 맥주를 마시는 세계 최고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와 모든 근엄함과 절제를 버리고 신나게 망가지는 쾰른 카니발 등의 다양한 축제, 밥상에 꼭 오르는 감자, 150여 가지에 달하는 소세지와 600여 종류나 되는 맥주를 즐기는 독일만의 특이한 음식문화 등 흥미로운 독일인의 일상 생활을 엿보다 보면 멀게 느껴졌던 독일이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문의=www.ddstone.com, 02-337-5252

< 채지민 PD myjjong7@joongang.co.kr >
[사진=중앙포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