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임권택 (1936~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0호 10면

전남 장성 출생. 17세에 소품 보조로 영화계에 입문해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감독 데뷔했다. 87년 ‘씨받이’로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감독상·작품상을 받았고 90년대 ‘장군의 아들’ ‘서편제’로 잇따라 흥행 기록을 세웠다. 2002년 ‘취화선’으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초대 한국영화연구소 이사장을 지냈고 2002년 금관문화훈장, 2005년 베를린영화제 명예 황금곰상을 받았다. 현재 101번째 연출작인 ‘달빛 길어 올리기’(주연 박중훈·강수연)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몇 년 전 임권택 감독과 촬영 약속을 해 놓고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상예술가를 만족시킬 만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게 영 부담스러웠다. 촬영차 집을 찾은 나는 그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자 임 감독은 “이런 촬영은 처음이다”고 따뜻한 목소리로 격려해 주면서 사진가의 요구대로 열심히 포즈를 취해 줬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때 묻지 않은 아이 같은 해맑은 표정에 두서없이 어눌한 언변이 오히려 편안하고 다정한 매력으로 다가온 임 감독에게 문득 이런 질문을 해 봤다. “세계적 영화감독이시니 돈도 많이 버셨겠어요.” 이에 대해 “영화가 히트하면 돈은 제작자가 벌고 감독에게는 명예만 남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그의 집도 소박하고 편안한, 집주인의 느낌 그대로였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진 속에 드러난 임 감독의 표정엔 17세 이후 영화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달려온 예술가의 우직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순수함이 그를 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세계적 거장으로 만든 저력이 아니겠는가.


이은주씨는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108 문화예술인』 『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