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산 <11> 태백산 太白山 1567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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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정상부의 주목은 다른 산에 비해 그 모양이 더욱 멋스럽다. 뒤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함백산이다. [정종원 월간 ‘사람과 산’ 기자]

백두대간 한가운데 있는 태백산은 천제단이 있는 영봉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1567m), 동쪽에 바위로 이뤄진 문수봉(1517m), 영봉과 문수봉 사이에 부쇠봉, 그리고 동쪽 끝에 두리봉을 품고 있다.

 천제단은 상고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북동쪽의 당골계곡에는 매년 개천절에 제를 올리는 단군성전이 있다. 천제단 300m쯤 아래 단종비각이 있는데,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지에서 죽은 단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비각 옆에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망경사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이라는 용정이 있다. 한국의 100대 명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용정의 물은 개천절 천제에서 제수로 쓰인다.

 ‘크고 밝은 뫼’라는 뜻의 태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일곱째 높은 산으로 강원도 태백시와 경북 봉화군의 경계를 이루며 우뚝 솟아 있다. 그러나 태백시가 워낙 고지대(해발 800m)에 위치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산행이 수월하다. 남성적인 중후함과 웅장한 포용력을 지닌 부드러운 육산(肉山·흙과 나무가 많은 산)으로 정상 부근 주목 군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엔 눈꽃 만발한 태백산 주목을 찍으려는 사진가들이 성지순례를 하듯이 몰려든다.

 낙동정맥의 기원이 되는 산으로 태백산은 그 전체가 하나의 제단이다. 정상에 태백산의 상징인 천제단이 있고, 문수봉을 비롯한 산기슭 곳곳에 기도처가 흩어져 있다. 민족 신앙의 영산 태백산에 큰 절이 없는 이유다.

 태백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세 갈래를 이룬다. 각각 당골과 백단사, 유일사를 들머리로 해서 정상을 다녀오는데, 보통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중에서 백단사를 기점으로 오르는 코스가 가장 빠르고, 일반적으로 당골에서 출발해 유일사로 내려서거나 그 반대로 오르내린다.

허준규 월간 ‘사람과 산’ 기자 gijin77@nate.com

산행 안내

1 백단사 방면|산행시간(총 3시간35분) 코스|백단사 입구-(20분)-백단사 갈림길-(40분)-반재-(40분)-망경사-(15분)-정상-(40분)-안부-(1시간)-당골

2 유일사 방면|산행시간(총 4시간30분) 코스|유일사 매표소-(1시간)-유일사 쉼터-(40분)-장군봉-(5분)-천제단-(25분)-부쇠봉-(30분)-정가바우골 갈림길-(10분)-문수봉-(10분)-정가바우골 갈림길-(50분)-당골 합류지점-(40분)-당골 입구

3 당골 방면|산행시간(총 4시간) 코스|당골-(50분)-반재-(40분)-망경사-(5분)-천제단-(5분)-장군봉-(35분)-유일사-(50분)-화방재

산행 명소

검룡소

한강 발원지로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골에 있다. 하루 5000t가량의 용출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온다. 암반이 용틀임하는 것처럼 푹 패어 있어 신비로워 보인다.

황지(黃池)

‘낙동강 천삼백 리 예서부터 시작되다’. 태백시내 중심부 황지 연못가에 서 있는 표지석 글귀에서 525㎞ 낙동강의 발원지가 이곳임을 알 수 있다. 표지석 뒤쪽 아래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소(沼)에서 하루 5000t의 물이 쏟아져 나온다.

단종비각

단종은 영월에서 죽었는데 왜 태백산에 비각이 있을까? 숙종이 복위하면서 단종 신격화 작업이 이뤄졌는데, 그때 단종을 어느 산의 산신으로 모시느냐가 논란이 됐다. 영월읍에서 죽었으니 오대산의 산신이 되는 것이 당연지사. 그러나 단종을 죽인 세조가 피부병에 걸렸을 때 오대산 상원사에서 병을 고쳤다. 그래서 단종은 오대산으로 가지 못하고 태백산으로 와서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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