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최민식 '진검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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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의 앙숙 최민식(36)과 한석규(35)가〈쉬리〉동반출연 이후 10여개월만에 각자 서로 다른 영화를 앞세워 돌아온다.

한석규의 영화는 다음달 13일 개봉되는〈텔미썸딩〉 (쿠앤씨 필름). '하드고어(진한 핏덩이란 뜻으로 도발적 살인 등을 다룬 영화) 스릴러' 를 표방한 이 작품에서 한석규는 미궁에 빠진 엽기적인 사건을 맡아 위기에 몰리는 형사 조민석 역을 맡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와 멋진 하모니를 이룬 심은하(27)가 콤비를 이룬다.
심은하는 자신도 모르는 새 살인사건의 중심에 놓여진 여자 채수연 역을 맡았다.

한달전 재혼한 최민식도 보다 안정감을 찾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온다. 오는 12월 11일 선보일 예정인〈해피엔드〉(명필름). 여기서 최민식은 아내의 불륜을 끝내 용서하지 않고 그녀를 살해하는 실직 가장 서민기 역을 연기했다. 심은하와 정상을 다투는 전도연이 그의 아내 역으로 출연, 두 작품은 여성 톱스타의 각축장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한석규나 최민식 모두 이번 신작은 자신들의 연기력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사람의 첫 동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TV드라마 '서울의 달' (94년)을 비롯, 영화〈넘버3〉〈쉬리〉 를 거치면서 굳어진 상호 보완적 듀엣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독자생존을 외친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은 한지붕 식구(한석규의 형 '선규' 씨가 이들의 매니저였다)였다〈쉬리〉이후 최민식이 분가함에 따라 요즘은 형식상 결별한 상태가 됐다.

함께 출연했던 이전의 영화에서처럼 최민식과 한석규는 연예계의 둘도 없는 단짝이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1년 선.후배(졸업은 89년 같이 했다)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영화계에서 한석규는 얄미울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나홀로형' 으로, 최민식은 늘 후배들을 거느리고 챙기는 '의리파' 로 소문나 있다. 일찍 대중스타로 인정받은 한석규에 비해 최민식은 탁월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쉬리〉 이후 비로소 톱스타가 된 대기만성형이다.

두 단짝 스타의 회심의 대결(심은하.전도연도 마찬가지)외에 영화 자체로도 이번 두 신작은 올 한해 한국영화를 마감하는 최고의 주목 대상으로 꼽힌다. 공히 스릴러와 멜로를 결합한 '퓨전(fusion)영화' 여서 작품수준의 단순 비교가 가능하며, 우리 영화의 미래를 짊어질 '무서운 아이' 로 통하는 장윤현(텔미썸딩)과 정지우(해피엔드) 두 신예감독의 역량을 관찰하는 자리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개봉시점을 놓고 제작사 사이에 보이지 않은 신경전도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텔미썸딩〉의 장감독은 데뷔작이자 출세작인〈접속〉을〈해피엔드〉제작사인 명필름에서 찍어 서로의 제작방식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여름〈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유령〉의 대결 이후 잠시 식었던 한국영화의 열기가 이번 작품들을 통해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며 재연(再燃)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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