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오뚜기 카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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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960년대 후반. 오뚜기 창업자인 함태호(80) 명예회장이 카레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당시는 40년대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S&B’와 ‘하우스 인도카레’ 등 일본 카레가 주였다. 함 회장은 “국민 주식이 쌀인 데다가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카레가 잘 맞는다”는 생각에 국산화해보자고 결심했다. 오뚜기 연구팀은 카레 가루를 통째로 수입해 들여오기보다는 강황(카레를 노랗게 하는 천연 색소로 카레의 주성분)·고추·후추·고수 등 원재료를 수입해 섞어서 직접 카레 가루를 만들자는 원칙을 세웠다. 일본의 카레 업체들로부터 20여 가지 재료를 알아내 어떤 비율로 섞어야 가장 맛있는 카레 맛이 날까를 연구했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황금 비율을 알아냈다. 여러 향신료가 조화를 이루도록 분쇄한 후 함께 밀봉해서 숙성했는데 향신료들의 맛이 서로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숙성 온도와 기간을 알아내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 숙성 온도와 기간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는데 정확히 몇 도에서 며칠간 숙성하는지는 기업 비밀이다.

 오뚜기는 69년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카레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를 출시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폈다. 당시로선 생소하던 TV광고도 시작했다. ‘일요일은 오뚜기 카레~’ CM송을 소재로 한 광고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도매상 위주의 유통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영업사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오뚜기 카레를 공급하고, 진열대 맨 앞에 비치해놨다. 또 카레가 어떤 요리인지도 모르는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시식 행사를 폈다.

 카레는 출시 초기 분말과 고형 카레 중심에서 81년엔 ‘3분 요리’란 국내 최초 레토르트 식품으로도 나왔다. 미생물로부터 완전 차단되도록 밀봉해,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상온 보존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핵심 기술이었다. 3분 카레는 판매 첫 해에만 무려 400만 개가 팔려 나갔다.

 카레는 초기에는 한 가지 맛이었지만 이후 순한 맛, 약한 매운맛, 매운맛 등으로 매운 맛의 정도를 세분화했다. 여기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의 바몬드 카레(86년 출시), 강황 함량을 기존 카레보다 50% 높인 건강 개념의 백세카레(2003년 출시) 등으로 세분화가 더해졌다. 형태 면에서도 분말 한 가지에서 물에 더 잘 녹는 과립형 카레, 카레면, 강황죽, 강황밥, 칼국수와 우동 등으로 다양해졌다. 현재 생산되는 오뚜기 카레 제품은 40여 가지다. 현재까지 한 해 1000억원 규모의 카레 시장에서 점유율 86% 이상(분말카레 기준)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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