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 2000억 달러 돌파 … 한·중은 지금‘정랭경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중 간 올해 교역 규모가 중국 통계상 2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 측에 통보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그간 한국 통계보다 다소 많게 잡혀온 중국 하이관(海關·세관) 기준이지만, 한·중 교역 규모가 2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같은 양국 간 교역 증가는 올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공격 사건 등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한·중이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갈등에도 불구, ‘정경(政經) 분리 원칙’을 확고히 지켜냄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한·중 관계가 전례 없이 ‘정랭경열(政冷經熱)’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 셈이다.

 주중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26일 “올해 한·중 교역이 중국 측 통계 기준으로 2000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메시지를 중국 고위 인사들이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류우익 주중 대사도 최근 한 모임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올해 교역액이 2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란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그간 중국은 홍콩을 통해 중국에 반입된 물품도 원산지가 한국이면 한국산으로 통계에 잡아 중국 측 수치가 한국 측 통계보다 약 100억 달러가량 많았다”며 “한국 통계로도 내년 상반기에 2000억 달러 돌파가 가능할 정도로 올해 양국 교역이 급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008년 정상회담에서 2010년 양국 교역액을 20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목표연도를 2012년으로 늦췄었다”며 “올해 교역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하면서 (중국 기준으로) 수정된 목표연도를 2년간 앞당기는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한국의 대외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2009년 기준)를 넘어선 만큼 앞으로는 경제 협력의 기초 위에서 외교안보상의 전략적 신뢰를 키워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너무 가파르게 높아지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권호 기자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는 냉각되고 경제는 과열되고 있다는 뜻. 1990년대 이후 일본과 중국의 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사용됐으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만든 말로 알려져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