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 도토리 묵 특화단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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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종천면의 농민식품 김영근 대표가 공장에서 딸 문이(28)씨와 함께 만든 도토리묵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20일 오전 충남 서천군 판교면 도토리묵 제조업체인 농민식품. 이 회사 김영근(58)대표가 공장(660㎡) 한쪽에 설치돼 있는 저온창고에서 지게차로 도토리 한 가마니(70kg)를 꺼내 파쇄기에 넣었다. 지름 1m크기의 원통 모양의 파쇄기는 도토리 껍질을 벗기는 기계이다. 도토리는 파쇄기를 통과한지 1분만에 모두 껍질이 벗겨졌다. 껍질이 벗겨진 도토리는 하루 정도 물에 담근다. 떫은 맛이 나는 타닌성분(갈색)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물에서 건져 믹서기로 갈은 뒤 물을 섞어 20여분 끓이면 묵이 된다.

 김씨가 원료로 사용하는 도토리는 100% 국산이다. 김씨는 지난해 국산 도토리 가루와 묵을 생산,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이곳에서 3대째 ‘토종’ 도토리묵을 생산하고 있다. 할아버지(종석·1960년 작고)가 1890년부터 묵을 본격적으로 쑤기 시작, 지금까지 110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판교면은 차령산맥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서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천방산(479m)을 중심으로 산악지역이 많다. 판교 일대 야산에는 예로부터 상수리나무가 많았다. 주민들은 상수리를 채취해 묵을 만들어 전국에 공급했다. 판교면 일대는 1970년대만해도 70여 농가가 묵을 생산하는 ‘묵 마을’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옥수수 전분을 쓴 가짜 도토리묵이 판을 치면서 판교 도토리묵도 명성을 잃었다. 게다가 1990년대에는 값싼 중국산 제품까지 판을 쳤다. 이 바람에 판교면 일대 도토리 묵 생산 농가도 점차 사라졌다. 김씨도 90년까지 10여 년간 도토리 묵 생산을 거의 중단해야 했다.

 그러던 중 1990년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도토리 성분인 타닌이 체내에 흡수된 중금속을 해독한다는 내용이 방영됐다. 김씨는 무릎을 쳤다. 그 해 다른 장사를 그만두고 가업인 ‘도토리’가루와 묵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김씨는 “신토불이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산원료만 쓴 도토리묵을 찾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도토리의 70%이상(1만여t)을 구입한다. 판교 등 서천군에서 채취하는 도토리는 30%정도다. 나머지는 경북 의성 등에서 수확한 것이다.

 김씨는 “국산 도토리묵은 중국산에 비해 향이 진하고 쫄깃하다”고 말했다. 그가 생산한 도토리묵은 대형 할인 매장과 친환경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팔린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5억 원이다.

 서천군은 판교면 일대를 도토리 생산 특화단지로 만들기로 했다. 군은 내년부터 6000여 만원을 들여 상수리와 도토리 나무 조림에 나선다. 조림면적은 2012년 9만9000㎡에서 2015년 79만2000㎡로 늘린다.

 군은 또 최근 국립산림과학원과 상수리나무 재배에 관한 기술이전 협약을 마쳤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내년에 신품종 도토리나무 2000 그루를 군에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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