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龜의 독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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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얼마 전에 국보 제21호인 경북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의 기단석에 일부 균열(龜裂)이 확인돼 문화재청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나라에서 지정해 법률로 보호하는 문화재를 관리하는 데 어떤 소홀함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균열’은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 터짐’이란 뜻이다. ‘균열’의 龜은 ‘너무 마르거나 춥거나 하여 틈이 생겨서 갈라지다, 터지다’를 의미한다. “새로 바른 황토벽에 균열이 생겼다” “물질의 근원은 대칭성의 미세한 균열에 있다”처럼 쓰인다.

 龜는 ‘터질 균’ 말고 다른 음으로도 읽힌다. ‘거북’의 뜻일 때는 ‘귀’로 읽는다. ‘귀갑(龜甲)’은 거북의 등딱지를 이른다. ‘귀감(龜鑑)’은 거북 뼈에 나타난 조짐이나 거울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자신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을 뜻한다.

 龜가 땅·나라·사람의 이름을 뜻할 때에는 ‘구’로 읽는다. 경상북도 구미(龜尾)시, 경상남도 동래군의 구포(龜浦)읍에 이 용례가 보인다. 중국 한(漢)나라 때 천산 남로의 고차 부근에 있던 나라의 이름이 ‘구자(龜玆)’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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