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의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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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02면

1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패션 포럼’에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 내한한 프로스퍼 애술린과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 애술린의 창립자이자 브랜드 마케팅의 권위자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물었습니다.

EDITOR’S LETTER

“한국이란 나라의 브랜드 마케팅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그는 대답 대신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에도 수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있나요?”
“예, 무형문화재라는 제도가 있죠.”
“그런 장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존경받고 대접받고 있습니까?”
“아, 그건, 글쎄요….”

전 아쉽게도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분들을 대접하십시오. 이 세상 모든 나라의 문화는 수공예품에서 나옵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문화입니다.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이야말로 그 나라의 문화를 말하고 품격을 말해줍니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화려한 무대만 보지 말고, 그 무대 뒤에서 땀 흘리고 정성 들여 물건을 만드는 장인들의 거친 손을 잊지 마세요.”
9일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만난 핀란드 헬싱키디자인뮤지엄의 특별전 큐레이터 안애경씨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핀란드에서 16년간 살면서 북유럽 디자인에 푹 젖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참 높아요. 그런데 디자인은 공예에서 출발해야 하거든요. 이미 공예가 디자인이니까. 그런데 우리는 힘든 세월을 살아오면서 공예를 버렸어요. 그리고 이제야 다시 디자인을 외치고 있죠. 한국에서 공예가와 디자이너가 다르다는 사실은 큰 문제예요. 우리는 이 지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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