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업계 반응 … 동네 치킨집들 “5000원은 불가능한 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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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체 시장 규모 5조원, 전국 매장 수 5만여 곳.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추정하는 치킨시장의 규모다. 전국 가구 수를 1630여만 가구로 추산할 때 320여 가구당 하나꼴로 치킨집이 들어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 단지같이 경쟁이 치열한 곳은 이보다 훨씬 밀집도가 높다”고 말했다.

 치킨집은 전형적인 영세 자영업 시장이다. 다른 외식업에 비해 투자 자본금이 비교적 적게 든다. 대부분 배달로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목 좋은 곳에 큰 점포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메뉴와 식자재, 조리법이 단순해 큰 준비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의 본격 진출로 인한 타격이 피자시장보다 더 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박열하 홍보실장은 “치킨집 여는 분들은 대부분 사정이 어렵고, 한 마리 튀겨서 3000원 남길까 말까 한다”며 “꼭 대기업이 영세 상인들과 경쟁을 해야 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대형 브랜드 가맹점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본다. 닭 한 마리 가격이 1만5000원 안팎에 달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올리브유치킨(BBQ)·간장치킨(교촌치킨) 등 차별화된 제품으로 매니어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는 동네 무명 치킨집들이다. 교촌치킨 강정구 대리는 “차별화된 대형 가맹점들은 5000원 치킨으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며 “1+1 행사 등 가격으로 승부하는 동네 치킨집들은 긴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네 치킨집들은 술렁이고 있다. 롯데마트 영등포점 근처의 ‘왕애두마리치킨’(서울 당산동) 사장은 5000원 치킨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가게 프라이드 치킨은 두 마리에 1만8000원.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4, 5인 가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그는 “대형마트에 가장 많이 가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고객들 아니냐”며 “타격이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2동 페리카나치킨의 정모(54) 사장도 “우리 같은 가게들은 아무리 단가를 낮춰봐도 5000원에 치킨을 팔 수 없다”며 “대기업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치킨집 사장은 “대형마트와 우리는 시장이 다르다”고 느긋한 모습이었다. 서울 독산동 동키치킨 정명국(49)씨는 “배달을 시키면 앉아서 따뜻한 치킨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마트까지 가서 치킨을 사오겠느냐”며 “동네 치킨집은 콜라·샐러드 같은 서비스도 풍성한 만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9.6㎏. 치킨업계는 이 수치가 미국 닭고기 소비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만큼 치킨시장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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