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명확한 어조로 경고하라” … 한·미·일, 중국 향해 ‘3각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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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뒤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3국 외교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규탄한 뒤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고 정전협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군사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으며, 미국과 일본은 이 같은 한국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김성환 장관이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힌 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마에하리 세이지 일 외상은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북한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미 (미국 등과) 군사적 협의를 해서 (군사적 대응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제 군사력의 사용 여부를 떠나 미국과 일본의 동의가 또 하나의 대북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시간여 진행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의 가장 큰 결실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3국이 공동 전선을 구축, 함께 강력 대처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미·일은 한국의 주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 공동성명 내용은 한국 정부만의 발표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강경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이 각각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인 것이 북한을 겨냥한 국방 라인의 ‘무력 시위’였다면, 이번 3국 외교장관 회담은 최고위 외교라인의 대북 ‘실력 과시’인 셈이다. 아울러 이번엔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3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우라늄 농축설비 건설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1953년 정전협정, 9·19 공동성명 등에 위반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도발 중단과 국제적 의무 준수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이 3국 모두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향후 3국 연대를 통해 대처하겠다고 합의했다. 한국 당국자는 “그동안 3국 간에 틈을 벌이려는 게 북한의 전술이었다”며 “이제는 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입장도 냉랭했다. 우선 북한의 도발 중단과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며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 대표회동을 거부했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위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중국이 이미 두 개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던 점을 상기시킨 뒤 “북한에 비핵화 공약을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중국의 노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환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좀 더 명확한 어조로 북한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으로 중국에 일정한 메시지가 전달됐으며, 중국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다음 주 중 오늘 회담에 이은 후속조치를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한국과 일본 등에 보낼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고위급 방문단은 클린턴 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끌 것으로 전해졌다.

 ◆숙연한 회담 분위기 주도한 클린턴=이날 회담은 연평도 희생자 추모 묵념으로 시작됐다. 클린턴 장관이 “연평도 공격 희생자를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해 3국 장관과 배석한 당국자들은 10여 초 동안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평소보다 짙은 색깔의 바지 정장을 입고 나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한국민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 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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