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 어떻게 하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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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안할 때 전기 플러그 뽑기’ ’집안 온도 낮추기’ 누구나 아는 겨울철 에너지 절약 방법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귀찮아서, 또는 잊어버려서 지키기 힘든 생활 속 에너지 절약 방법을 제대로 실천할 수는 없을까. 지난 5월 『잘생긴 녹색물건, 지구를 부탁해』란책을 내고 생활 속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고 있는 주부 김연희(35·덕양구 화정동·사진)씨에게 에너지 절약 비법을 들어봤다.

‘아낀 전기료 모아 아이티 돕기’ 목표 세워

 남편과 딸 소율(2)이 등 세 식구가 살고 있는 김씨네 월 평균 전기료는 TV수신료를 포함해 1만원 내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월 1만원 정도 적게 나온다. 김씨네 전기료가 이처럼 준 것은 아이티 지진이 일어난 지난 1월부터다. 김씨는 “남편과 절약한 전기료를 모아 연말에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티에 보내기로 뜻을 모았다”며 “목표가 생기니 남편도 전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 이유’를 정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을 위한 첫걸음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정할수록 그 효과가 높다. 그는 한쪽 벽에 남편이 플러그 뽑기를 습관화 할 수 있도록 스티커를 붙이는 달력을 걸어놨다. 달력 곳곳에는 남편의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플러그를 뽑기 어렵다면 스위치 하나로 전기를 차단하는 멀티탭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관련 기기는 1개의 멀티탭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스피커 등의 플러그를 같은 멀티탭에 꽂으면 컴퓨터를 쓴 다음 일일이 플러그를 뽑을 필요가 없이 멀티탭 스위치만 끄면 된다. 멀티탭에는 각각 어떤 플러그가 꽂혀있는지 적어두면 편리하다. 컴퓨터를 켜기 전에는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한다. 필요한 일만 하기 때문에 전기를 절약하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는 대기 전력만 아껴도 전기료를 10%까지 절약할 수 있다.

가전기구 대신 자연적인 방법에 맡겨라

 김씨의 집에는 가습기나 공기청정기가 없다. 인위적인 방법 대신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해 집안의 습도를 맞추고 공기를 정화한다. 이를 테면 전기를 쓰고 관리도 어려운 가습기 대신 콩나물을 키우는 식이다. 집안 구석구석에는 숯을 놓았다. 김씨는 “숯은 주변이 습하면 물을 빨아들이고, 반대로 너무 건조하면 다시 증발시켜 습도를 조절하므로 가습기 대신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공기 중에 유해한 불순물을 흡착, 분해해 공기를 정화시키는 효과도 있어 새집이나 신생아 방에 두면 좋다. 숯은 보통 3.3㎡ 당 1㎏을 두어야 좋다고 알려져 있다. 가끔 물에 씻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리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화분도 공기 정화와 습도 조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전자기기 대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에너지절약의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김씨의 집에는 필요없는 전자기기가 없지만 있는 기기도 되도록 쓰지 않는다. 빨래는 세탁기 대신 손빨래로 하고 빨래줄에 널어 자연건조 시킨다. 손빨래를 하면 전기와 물을 절약할 수 있는데다 옷감도 덜 상한다. 김씨는 “친환경 세제 쓰기·낮은 온도의 물로 세탁하기·건조기 안쓰기·다림질하지 않기를 실천하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50%나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방 기기 대신 수면 양말과 조끼를 입어 체온을 높인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딸 소율이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감기 등 잔병치레가 별로 없이 건강하다.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 대신 죽부인과 부채로 난다. 한낮의 더위가 견디기 어려울 때는 집 주변의 도서관을 찾았다. 김씨는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은 낭비”라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면 가계부담을 덜고 환경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생활 속 지혜를 담은 책을 지난 5월 낸데 이어 에코블로그(ecoblog.tistory.com)도 운영하며 에너지 절약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사진설명] 멀티탭에 이름 적기, 가습기 대신 실내에 숯식물 놓기, 전기요금을 아껴야 하는 이유 정하기 등 김연희씨 가족이 실천하는 에너지 절약법.

<송정 기자 asitwere@joogn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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