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사기 대출 혐의 세광쉽핑 대표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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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검찰이 조선업체를 계열사로 둔 세광쉽핑의 대출 비리·횡령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세광조선·세광중공업의 지주회사이자 종합해운업체인 세광쉽핑 박모 대표와 임원 한 명을 지난 16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또 세광쉽핑을 압수수색한 뒤 계좌추적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금융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산업은행·메리츠화재 등 금융회사에 수사팀을 보내 세광조선·세광중공업 등 계열사와 관련된 대출 신청서와 선수금 환급보증(RG) 보험 내역 등을 확보했다. RG보험은 조선업체가 선박을 계약대로 인도하지 못할 경우 선주(船主)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을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검찰에 따르면 세광쉽핑과 세광중공업 등은 선박 발주 계약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 감사 보고서를 꾸미는 수법으로 금융권으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선업체는 선주와 계약을 맺은 뒤 계약서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빌려 건조한다. 세광중공업의 경우 RG보험 규모가 2억 달러에 달한다.

 검찰은 박 대표를 상대로 정확한 사기 대출의 규모와 대출금의 사용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박 대표가 회사 돈 수백억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인사들이 세광쉽핑 등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세광쉽핑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세광중공업(옛 INP중공업)·세광조선(옛 KY중공업) 등을 잇따라 인수합병해 몸집을 키우다 경영이 악화됐다. 지난 7월 세광중공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세광쉽핑·조선·중공업 등 주요 3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4200억원이었다.

 검찰은 세광쉽핑 외에도 중소 조선업체 2~3곳이 사기 대출을 받은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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