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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룰라 “미국·중국이 환율전쟁 부추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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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율 문제 논하러 서울 갑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한 말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서울 정상회의에서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환율 문제에 대한 브라질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그의 입장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앞둔 때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당시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과 엔히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경주 회의에 나란히 불참 의사를 밝혔다. 대신 재무차관과 중앙은행 부총재가 회의에 참석했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달 20일 “G20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의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브라질이 불참했지만 아무도 이들이 잃는 게 많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라고 G20 회의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 브라질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둘이나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룰라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다. 자국의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인 만큼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질 헤알화의 과다 절상은 브라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돼버렸다”는 룰라 대통령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환율 문제가 각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국제공조의 중요성도 커졌다는 의미다. 호세프 당선자도 “일방적인 조치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국가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출이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국가들인 만큼 다른 나라가 인위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적극 막겠다는 취지다. 주로 미국의 양적 완화를 겨냥한 것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역시 “선진국의 경제 위기를 제3의 국가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환율 전쟁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멕시코도 “환율 문제가 향후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환율 갈등을 완화할 방안을 제안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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