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가 197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영국의 증시와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중현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영국 증시는 1976년 10월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 FT지수가 120포인트까지 떨어졌지만, 7년뒤인 1983년 말에는 470까지 올라 상승률이 290%에 달했다"며 "이후에도 상승흐름은 계속돼 24년 뒤인 2000년엔 3200포인트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의 경우 IMF 구제금융 이후 7년이 영국 증시가 새로운 확장국면으로 진입하는 데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 종합주가지수가 280포인트까지 떨어졌지만, 7년간 꾸준한 구조조정의 성과에 힘입어 최근엔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250%이상 상승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양국 증시에서 나타난 이런 현상의 핵심은 구조조정이라고 봤다.
그는 "영국이 민영화.경쟁체제 강조.규제철폐 등의 대처리즘을 통해 '영국병'이라 불렸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가의 상승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의 대가가 경제성장이란 보답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역시 기업의 수익성 개선.재무건전성 향상.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의 노력을 해 온 만큼 이에 따른 보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한국의 경우 같은 기간에도 영국 증시에 비해 변동성이 컸고,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인 데 비해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단선적인 비교에는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