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의 ‘더 일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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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마술사 이은결이 돌아온다. 군 복무기간을 포함해 3년간의 공백을 깨고 그가 들고 온 공연은 ‘이은결의 더 일루션(The illusion)’. 뮤지컬마임미디어 아트와 접목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연이다.

“대형마술을 일컫는 ‘일루젼’과 구분 짓기 위해 공연명을 ‘일루션’으로 했어요. 마술의 근간이 되는 환상을 보여주는 공연입니다.”

트레이드 마크인 ‘번개머리’ 대신 모자를 눌러쓴 모습으로 인터뷰 자리에 나온 그는 여러 번 ‘환상’을 강조했다. 이번 무대는 총 제작비가 2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공연이다. 마술도구만 대형 컨테이너 10개 분량이다. 무대 위에 실제로 헬리콥터가 등장하고 무대효과와 마술장비,특수효과 등도 국내 마술공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규모다. 게다가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마이클 잭슨 등의 쇼를 연출했던 돈 웨인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이은결은 “볼거리 중심의 마술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릭(속임수)이나 매직(마술)은 환상을 만드는 재료일 뿐”이라며 “단편적인 마술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가 담긴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1막과 2막으로 진행된다. 1막은 14년 동안 일궈온 마술세계를 집약한 무대로, 코믹 마술과 옴니버스 마술 등을

보여준다. 옴니버스 마술은 별다른 멘트 없이 퍼포먼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식이다. 마술에 대한 아이디어가 스케치로 출발해 여러 마술로 구현되다 다시 스케치로 돌아오는 식이다.

2부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술을 선보인다. “군대에서도 머릿속에 마술 구상이 가득했다”는 그는 이번 공연을 “새로운 마술 공연을 향한 첫 걸음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10년째 브랜드 공연으로 키워온 ‘매직콘서트’를 일단락 짓고 또 다른 브랜드 공연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인 셈이다. 미디어아트·드로잉·마임 등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여러 예술장르가 복합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쇼라 할 만하다.

주목할 만한 공연은 그림자 퍼포먼스 ‘아프리카의 꿈’,모션그래픽 ‘운명적인 사랑(Destiny of Love), 환상극‘스노우 맨’이다. 아프리카의 꿈은 2000년부터 꾸준히 해온 그림자 퍼포먼스에 지난해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을 덧입힌 것이다. 아프리카의 동물·사람·풍경을 소재로 해 ‘자연의 순환’에 담긴 의미를 전한다.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꾸며가는 모션 그래픽도 선보인다. 마지막 무대에는 5년여 구상 끝에 완성한 스노우 맨을 올린다.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가 있는 마술’과 맥을 같이 하지만 그보다 좀 더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환상극이다. 10분동안 관객은 이은결과 함께 어릴 적 눈사람에 대해 가졌던 환상을 무대 위에 펼쳐간다. “관객이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환상으로 빠져들게 하는 게 핵심”이라는 그는 “그 과정을 통해 더 인간적이고 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연출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무대 디자인뿐 아니라 의상과 소품, 포스터와 영상까지 환상이라는 하나의 컨셉트로 통일했다.

“TV가 아닌 공연장에서 봐야 마술 공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공연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와 침체된 국내 마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1월 7일~12월 4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3만~15만원.

[사진설명]이은결의 ‘더 일루션’은 단편적인 마술 나열이 아닌 하나의 메시지를 담은 공연이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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