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알츠하이머, 칼슘 이용한 획기적 치료법 연구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최은경·카라폴리·송홍기 교수(사진 왼쪽부터)가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퇴행성신경질환을 정복하기 위한 공동 연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림대학교 제공]

‘어둠 속의 질환’.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없어 완치가 되지 않는 ‘퇴행성신경질환’을 이르는 말이다.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이다. 사지가 점차 굳어 동작이 어눌해지고 손을 떠는 ‘파킨슨병’도 여기에 속한다. 인지력이 떨어지고 생리현상도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퇴행성신경질환은 환자와 가족에게 ‘천형’과도 같다. 퇴행성신경질환은 노인성 질환이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지구촌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2050년이면 퇴행성신경질환자가 1억26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뇌신경센터·치매예방센터·뇌졸중센터 등을 운영하며 신경질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림대가 퇴행성신경질환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림대는 지난 18일 ‘퇴행성신경질환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주제로 ‘제1회 한림-파도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연자로 나선 파도바의대 생화학교실 에르네스토 카라폴리 교수와 한림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 최은경 교수, 한림대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송홍기 교수가 퇴행성신경질환의 심각성과 향후 치료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좌담회를 가졌다.

송홍기 교수=고령화가 가속화하며 중년 이후 발생하는 퇴행성질환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네스토 카라폴리 교수=질병들 중엔 백신과 신약이 개발되며 정복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새롭게 발생하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몰라 완치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게 퇴행성신경질환이다. 이 중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세포에 쌓여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세계적으로 2700만 명의 환자가 있다. 절반이 아시아인인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전망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2050년까지 1억2600만 명으로 증가한다.

 최은경 교수=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가 42만 명이 넘는다. 2027년에는 1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 원인의 60%가 알츠하이머병인 점을 보면 퇴행성신경질환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송=중뇌의 흑질이 망가져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파킨슨병도 급증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1%가 파킨슨병으로 고통 받는다. 특히 최근 40~50대 중·장년층에서 파킨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최근 4년간 40%가 늘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카라폴리=퇴행성신경질환이 사회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생리적인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비극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최=유럽 등 선진국에선 퇴행성신경질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가.

 카라폴리=유럽연합(EU)은 공동연구지원기금이 있다. 이 기금으로 25개 회원국이 퇴행성신경질환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퇴행성신경질환은 현재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약물요법과 수술로 증상을 완화하고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수준이다. 발병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유전적인 원인도 약 5%에 그칠 것으로 보고 된다.

 송=그렇다. 완치가 힘들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받아야 병의 진행을 늦추고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을 중풍으로 오인해 다른 치료를 받다 증상이 악화돼 오는 환자도 있어 안타깝다. 기억이나 판단력이 떨어진 치매는 가족이 관찰해야 한다. 동작과 표정이 둔해지고 손을 흔들면 파킨슨병을 의심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최=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퇴행성신경질환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중계연구를 진행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카라폴리=맞다. 최근엔 신경질환을 극복할 열쇠로 칼슘에 주목하고 있다. 필수영양소인 칼슘은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해 주는 메신저 역할도 한다. 새로운 세포가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관여하는 칼슘의 균형이 깨지면 신경세포를 파괴해 신경질환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최=카라폴리 교수의 칼슘 연구와 한림대의 단백질 연구를 접목해 칼슘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송=파킨슨병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한림대를 비롯한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흑질에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연구를 시작했다.

 최=카라폴리 교수는 올해 78세인데 퇴행성신경질환이 걱정되지 않나(웃음).

 카라폴리=물론 걱정된다. 친척 중에 퇴행성신경질환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다. 하지만 두 교수님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리 = 황운하 기자



한림대·파도바대 학술교류 협약

한림대(총장 이영선)는 지난 18일 유럽 명문대학인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과 국제학술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1222년 설립돼 800년의 역사를 가진 파도바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다.

 의학부터 철학·법학·천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의 중심지로 평가 받는다. 세계 최초로 해부학교실과 임상실습 의학강좌를 개설하며 근대의학 발전에 기여했다.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가 수학한 곳이기도 하며,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8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한림대는 이번 학술교류 협약을 통해 학부생·대학원생·연구원·교수들의 인적 교류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의학은 물론 경제·공학 분야의 공동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매년 공동 국제학술심포지엄도 개최한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의료원장 이혜란)은 이미 2002년 미국 컬럼비아 의대와 협약을 시작으로 국제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프레스비테리안병원·조지워싱턴의대, 일본의 나가사키대·나고야시립대·동해대·교토부립의대,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카롤린스카대, 핀란드의 오울루대 등 세계 유수 대학·의료기관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황운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