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살리는 오메가 3, 자연산보다 양식 광어에 더 많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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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18면

넙치(광어)와 가자미는 눈이 한쪽에 몰려 있는 비목어(比目魚)다. 비목어는 몸 색깔을 주변 환경과 똑같이 20분 만에 보호색으로 바꾸는 솜씨가 있다. 자연산 넙치를 잡으면 조금 전까지 있었던 곳의 환경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별명이 ‘바다의 카멜레온’이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생선의 등을 위로하고 배를 아래로 한 뒤 내려다봤을 때 눈·머리가 왼쪽에 있으면 넙치, 오른쪽에 있으면 가자미다. 그래서 ‘좌넙치, 우가자미’다. ‘왼쪽 넙치(두 글자), 오른쪽 가자미(세 글자)’라고 글자 수로 기억하면 쉽다. 둘째, 입의 크기가 다르다. 다른 생선을 포식하는 넙치는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롭다. 먹이가 작은 패류·갑각류인 가자미는 입이 작고 이빨도 크다. 셋째, 덩치가 넙치는 대, 가자미는 소다.

넙치는 대부분 양식산이다. 국내 양식 어류의 절반 가까이가 넙치다. 반면 양식 가자미는 없다. 양식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경제성이 떨어져서다. 성장속도가 빠른 넙치는 1년이면 출하 가능하나 더디게 자라는 가자미는 양식을 해도 실익이 없다.
넙치의 배 쪽에 검은 무늬가 있으면 양식, 없으면 자연산이다. 인공 부화한 치어를 바다로 방사해도 검은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 최근엔 양식 넙치에 검은 무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한다.

‘넓다’는 ‘넙’에 생선을 뜻하는 ‘치’를 붙여 넙치다. 생김새가 이름대로다.
특히 눈이 작다. ‘넙치는 눈이 작아도 먹을 것은 잘 본다’는 속담이 있다. 겉은 신통하지 않아도 속은 알차다는 뜻이다. 영양적으론 고단백질(100g당 20.4g)·저지방 식품이다. 간·눈 건강에 이로운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이 100g당 169㎎ 들어 있다. 피부 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단백질의 일종)이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방 함량은 100g당 1.7g으로 붉은 살 생선인 방어(5.8g)·꽁치(8.7g)·정어리(9.1g)·고등어(10.4g)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등과 꼬리지느러미에 붙은 살(엔피라)은 지방이 100g당 30g가량에 달하며 콜라겐이 풍부하고 운동량이 많아서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넙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횟감이다. 우리 국민은 육질이 쫄깃하면서 맛이 담백한 흰살 활어 회를 선호하는데 넙치는 이 조건을 만족시킨다.

제철은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3월 넙치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속담은 봄에 산란한 뒤엔 맛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지방 함량, 조개는 글루코겐 함량이 높은 시기가 제철이다.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전어는 봄과 가을의 지방 함량이 네 배 가까이 차이 난다. 넙치는 지방함량이 연중 100g당 1.1(봄)∼1.8g(겨울) 사이다.

양식 넙치도 산란 후엔 맛이 떨어진다. 양식장에서 넙치는 1년 후 1㎏, 2년 후 2.5㎏으로 자란다. 횟집용으로 나가는 1㎏ 전후의 넙치는 대부분 산란을 경험하지 않은 것이므로 산란의 영향이 거의 없다. 일식집에 팔리는 2㎏ 전후의 넙치가 산란을 방금 마친 상태라면 맛·영양이 떨어진다.

양식산과 자연산은 영양에서 별 차이가 없다. 육질의 단단함은 자연산이 10%가량 위였으나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은 오히려 양식산에 더 많이 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일부 양식장에서 마늘·버섯·녹차·백년초·한약재 등을 첨가한 사료를 먹여 키웠다면서 고가의 넙치를 판매하고 있지만 육질은 별로 다르지 않다. 건강 측면에서도 마늘 한 쪽, 녹차 한 잔 마시는 것이 더 낫다(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
열량은 100g당 103㎉로 농림수산식품부가 ‘10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한 고등어(183㎉)·갈치(149㎉)보다 낮다. 경상도에선 광어 미역국을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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