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공공성 더 강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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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BBC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를 폐지하고 시청자 권익을 대변할 감독기관 BBC 트러스트(Trust)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BBC 마이클 그레이드 이사장은 "대체로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사회 개혁 노력이 물거품이 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 트러스트=각계 전문가로 구성된다. 민간방송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는 방송위원회도 일부 참여한다. BBC 감독 기능이 이중으로 강화된 것이다. 위원은 의회의 추천을 받아 여왕이 임명한다. 트러스트는 경영진으로부터 예산과 프로그램 등 방송사 운영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는다.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감독 기능을 맡는다. 기존의 이사회는 2003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관련 오보 사태 등을 겪으면서 자체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사회가 감독기관인 동시에 운영 주체이기 때문에 자사 이기주의.오만에 빠져 예산 절감이나 프로그램의 객관성.공정성 확보, 시청자 불만 처리 등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 시청료 징수=개혁안은 BBC가 원활하게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청료 징수권은 2017년까지 10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 BBC의 시청료 징수권은 10년마다 갱신된다. 대신 디지털화와 IT 기술 변화에 맞춰 기존의 징수방식(TV 수상기 보유 가구에 대한 강제 징수)을 개선키로 했다.

◆ BBC 자구 노력=BBC는 지난해 말 시청료 징수권 연장을 위한 자구 노력으로 예산 15% 삭감과 인력 14% 삭감 등을 발표했다. 또 예산 절감.지방화에 부응하기 위해 북잉글랜드 지방의 공업도시인 맨체스터에 새 방송센터를 만들고 런던 근무 인력 2000명을 전보 발령키로 했다. 시청자 불만 처리를 돕기 위해 수용자 중심 프로그램을 늘리고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교양 다큐멘터리.교육용 프로그램.해외방송을 확대키로 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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