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없어 너도나도 갓길 주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18일 고양 방면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양주요금소 앞 갓길에 덤프트럭 4대가 주·정차돼 있다. 트럭 앞뒤에도 또 다른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다. [전익진 기자]

18일 오후 4시40분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왕복 8차로 도로 갓길은 차량들로 가득하다. 고양시 방면으로 양주 요금소를 통과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길 오른쪽으로 10여 대의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갓길에 주·정차해 있다. 비상등을 켠 차량은 한 대도 없어 대형 사고도 우려된다. 이때 같은 회사 소속으로 보이는 15t 덤프트럭 4대가 갓길과 도로 바깥쪽 한 개 차선을 동시에 점거한 채 주·정차한다. 뒤따르던 대형 트럭들이 아슬아슬하게 이 트럭들을 비켜간다.

 2.5t 트럭 운전석에는 50대로 보이는 운전자가 눈을 감은 채 쉬고 있다. 이 차량의 앞쪽에는 가스통을 가득 실은 트럭도 서 있다. 이 차량의 운전자 이모(47)씨는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없다 보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에는 식당과 편의점은 물론 주유소도 없다”고 불평했다.

 이때 승용차 한 대가 갓길에 정차하고 2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내린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곧바로 1m 정도 높이의 가드레일을 넘어 풀밭으로 들어간다. 이어 소변을 본 후 차량으로 돌아와 출발한다. 가드레일 주변 풀밭에는 과자 봉지, 휴지,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곳에서 100여 m 떨어진 가드레일 옆에는 ‘화장실 이용 고객은 우측 양주영업소 건물 1층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현장에 동행한 시민단체 ‘억울한 사람들의 모임’ 김홍규(58) 회장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에 휴게소와 주유소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없어 자주 이용하는 수도권 북부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12월 완전 개통된 외곽순환고속도로의 북부 민자 도로 구간(일산IC∼송추IC∼퇴계원 IC, 36.3㎞)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크다. 도로에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경기 북부 구간은 남부 구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비교할 때 통행료가 비싼데 편의시설마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 구간 통행료(본선 전 구간 통행 기준)는 4300원이며, 하루 평균 차량 통행량은 23만6000여 대다.

 이에 대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고속도로(주) 구자철 경영지원팀 차장은 “이 구간은 터널과 교량이 많은 지역이어서 휴게소를 설치할 만한 넓은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남부 구간도 비슷한 상황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18일 오후 5시쯤 청계요금소의 구리 방향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갓길에 승용차와 화물차 10여 대가 일렬 주차돼 있다. 운전자들은 담배를 태우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간에는 광역버스 정류장이 있다. 운전자 김모(38)씨는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곳에서 쉬는 것”이라며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 나는 것보다 낫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전익진·유길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