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인 대박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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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SK가 와인 시장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아닌 홍콩과 중국의 와인 시장을 겨냥한 선제적인 시장 공략으로 일약 세계 4위의 글로벌 와인 사업자(merchant)로 떠오르고 있는 것.

 지난달 18일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 주최로 ‘SK네트웍스 와인 컬렉션’ 경매가 열렸다. 그 결과 출품한 약 400케이스(4800여 병)의 고급 와인이 모두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성공을 거뒀다.

경매에는 중국과 홍콩·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주요 고객들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판매액 기준으로 72억원이라는 크리스티 홍콩 와인 경매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달 30일에는 소더비 주최로 와인 경매가 열리는데, 여기서도 와인 경매 신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SK가 주무대로 삼고 있는 홍콩은 아시아의 와인 허브가 되겠다며 2008년 와인 관련 세금을 모두 폐지했다.

중국인들의 와인 수요가 늘면서 홍콩은 올해 런던과 뉴욕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와인 시장으로 떠올랐다.

SK는 와인의 이동 경로에 주목했다. 기존에 홍콩으로 들어오는 고급 와인이 ‘보르도→런던→뉴욕→홍콩’의 긴 여정을 거치면서 와인의 값이 하락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SK는 런던에서 바로 들여오는 방식을 택해 홍콩과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SK의 와인 사업은 2007년 국내 최초의 와인 실물 펀드의 운영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펀드에 들어온 1300억원 규모의 돈과 자체 자금 400억원으로 와인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고급 와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허브인 런던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홍콩에도 관련 사업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와인 사업은 처음에는 순조롭지 않았다. 보르도산 와인의 선도시장(병입전 와인)에 2007년 뛰어들었지만 거래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물량을 전혀 얻지 못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과 2009년 주요 와인업자들이 주춤하는 사이 이 틈을 파고들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보유 와인이 1700억원어치에 달하는 세계 4위의 와인업자로 부상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중기 경영계획 발표에서 6대 신성장 축으로 철광석·석탄(비철)·자동차·패션·부동산과 함께 와인 사업을 선정할 정도로 미래의 성장 사업으로 꼽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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