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살인까지 '심부름'하는 심부름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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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부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돈벌이라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는 막가파식 심부름을 일삼고 있다. 특정인의 소재를 추적하는 것은 기본이다. 협박과 폭행을 동반한 채권추심과 의뢰인 배우자의 불륜현장 포착 등 사생활 추적 또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납치와 살인도 예사다. 현역 국회의원이 상대후보를 도청할 때도 심부름센터가 개입했을 정도다.

심부름센터가 주민등본 발급 등 합법적인 대행 업무를 이탈해 범죄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심부름센터는 산업분류표상 기타 서비스업이다. 허가증 없이 세무서에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와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든지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아 영업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 이외에 구체적인 법적 설립근거가 없다 보니 행정기관의 관리도 받지 않는다. 자연히 심부름센터가 난립할 수밖에 없고 정상적인 영업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으니 불법행위를 일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컨설팅과 흥신소 등의 명칭으로 세무서에 등록해 활동하는 심부름센터는 고작 200여곳이다. 그러나 미등록업체를 포함하면 2000여개소에 이른다. 이 많은 심부름센터가 아무런 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법행위를 부채질하는 것과 다름없다. 심부름센터의 탈선은 특히 경찰의 책임이 크다. 심부름센터가 연루된 사건이 발생하면 단속하는 시늉을 하다가 잠잠해지면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심부름센터의 범죄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범죄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심부름센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외국에서는 법적으로 사설탐정업을 허용하고 있다. 민간조사법을 제정해 사설업체의 개인정보 수집과 사건 해결을 용인한다. 우선 심부름센터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불법행위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심부름센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양성화해야 한다. 이들 업체의 직원에 대한 교육도 실시해 범죄행위에 빠져들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