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농구판 흔드는 단테 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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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나들이에 나선 존스가 재즈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잘 다루는 악기는 없지만 음악은 즐겨 듣는다고 했다. 최승식 기자

지난 23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의 한 이탈리아식당.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한 세명의 거구들이 등장하자 주변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중 한명은 혜성처럼 나타나 안양 SBS의 9연승을 이끌며 한국 프로농구 전체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 단테 존스(30)였다. 단짝인 주니어 버로, 그리고 김동광 SBS감독과 함께 처음 서울나들이를 나선 것이다.

"오늘 어떻게 보냈느냐"고 묻자 존스는 "늦잠을 자고 나서 이태원에 가서 농구화를 3켤레나 샀다"고 자랑하더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버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우상은 누구일까. 존스는 주저 없이 "마이클 조던은 기본이고 특별히 매직 존슨"이라고 했다. 그가 32번을 달고 뛰는 이유가 확실해졌다. 매직 존슨과 단테 존스. 두 선수는 닮은 점이 많다.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고, 풀어주면 정확한 외곽포를 때린다. 존스는 정말 수비하기 힘든 선수다.

그는 "농구는 팀워크가 중요한 운동이다. 누구나 실수하지만 팀플레이를 하면 이길 수 있고, 모든 게 치유된다"고 했다. 1 대 1 돌파는 기본으로 생각하는 다른 외국인선수와는 농구에 대한 개념이 달랐다.

이때 버로가 화제를 바꿨다. "이번 NBA 올스타전 MVP에 뽑힌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은 농구는 잘하지만 혼자 드리블과 슛을 너무 많이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존스는 "세븐티식서스의 전력이 약해 아이버슨이 좀더 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21일 올스타전 TV중계를 보고 난 후에도 똑같은 화제로 몇 시간이나 입씨름을 했단다. 존스와 버로는 평소에도 하루에 4시간 정도는 잡담을 나누며 소일한다. 이동 중인 버스에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존스는 "나는 수다쟁이고 이야기하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별명은 "그냥 DJ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김동광 감독이 "DJ는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의 애칭이다"라고 알려주자 "그럼 내 별명은 더더욱 DJ로 해달라"고 했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웃음과 유머가 넘친다.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느냐"고 물으니 버로를 가리켰다. "한국에 올까 망설이고 있는데 버로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존스는 "대학시절 버로는 대단했다. 버지니아대학의 간판스타였던 버로의 플레이를 TV로 보고 매혹됐다"면서 "1997년 NBA에서 만났고 그리스에서도 함께 활약을 하면서 단짝이 됐다"고 소개했다. 존스는 "버로가 '우리 팀에서 네가 외곽을 맡고 내가 골밑을 지키면 조화가 잘 맞을 것이다. 걱정 말고 오라'는데 안 올 수 없었다"고 했다.

존스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태어나 지금도 내슈빌에 산다. 존스는 일곱살 때부터 농구공을 잡았지만 미식축구 선수였던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으로 고교 때까지는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그러다가 농구에 빠져들면서 졸업 직전 농구로 전향했다.

주식으로 주문한 양고기가 나오자 존스는 마치 심판처럼 "타임 아웃"을 외쳤다. 식사하는 동안에는 대화를 중단하자는 익살이다. 식사가 끝날 무렵 버로에게 물었다. 존스가 온 뒤 팀이 잘나가는 이유가 뭐냐고. 버로는 "전에는 속공이 잘 안됐는데 존스가 합류하면서 패스게임이 된다. 수비에서 가로채기와 블록슛이 많아지면서 역습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존스가 수비에서 도움을 주니 편하다고 덧붙였다.

2시간이 후딱 지났다. 다음 행선지는 존스와 버로가 좋아하는 재즈를 즐길 시간. "재즈 음악을 듣는 게 취미"라는 둘은 근처의 재즈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글=성백유 기자<carolina@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단테 존스는 …

▶ 출생=1975년 6월 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 체격=1m94.7cm, 101.8kg

▶ 학교=미국 미시시피주립대

▶ 포지션=포워드

▶ 가족=부인과 두 딸(9세, 1세)

▶ 취미=이야기 나누기

▶ 혈액형=B형

▶ 좋아하는 음식=닭으로 만든 모든 요리

▶ 주요 경력=96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1순위로 뉴욕 닉스 지명. 97~98년 보스턴 셀틱스 이적, 98~2000(CBA), 2000~2001(ABA), 2001~2002 이탈리아 리그(나폴리 우승), 2002~2003 이탈리아 리그, 2003 푸에르토리코리그, 2003~2004 그리스리그, 2004(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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