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 PF 대출 받고 착공도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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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의 한 도시개발사업지구. N사 등 건설업체 3곳은 2006년 49만6000m²에 아파트 4000여 가구를 짓기로 하고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74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4년여가 지난 지금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건설사 세 곳 중 한 곳은 퇴출당했고 두 곳은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이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임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나빠지면서 대출을 받은 건설사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하는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도 지난해 12월 PF로 85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으로 추가 사업비 마련에 실패하면서 착공 직전에 사실상 멈춰 섰다.

 이처럼 착공도 못했거나, 착공을 했어도 초기 단계에 그친 사업장의 경우 PF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도 급등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PF 대출 연체율은 2.94%로 치솟았다. 2007년 말 0.48%에 그쳤던 연체율은 2008년 말에는 1.07%, 지난해 말에는 1.67%로 상승한 데 이어 최근에는 3%에 육박하고 있다. 대출을 받은 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은행권 PF 대출 잔액 44조9000억원 중 착공을 하지도 못한 사업장에 대한 대출 규모는 20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액의 44.5%다. 공사를 시작했더라도 초기 단계에 불과한 사업장에도 대출이 많이 몰려 있다. 공사 진행률이 30% 미만인 사업장에 대한 대출은 9조7000억원으로 착공 사업장에 대한 전체 PF 대출(24조9000억원)의 38.9%를 차지했다. 공사 진행률별 대출은 ▶30% 이상~50% 미만이 2조9000억원(11.6%) ▶50% 이상~70% 미만은 3조원(12.0%) ▶70% 이상은 9조3000억원(37.3%)이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착공하지 못한 PF사업장은 대부분 계획 당시와 달리 사업성이 나빠져 추가로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 여건이 좋아지더라도 중단 기간의 이자 때문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공사 진행률이 낮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PF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감독당국은 사업장 실태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황정일 기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행·저축은행·보험사 같은 금융회사가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 개발과 같은 특정한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개발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대출 상환은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한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주택가격 상승과 금융회사들의 대출경쟁이 맞물리면서 PF 대출이 많이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실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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