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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온실가스 규제…원자력만이 현실적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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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고유가 추세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미국의 겨울철 난방수요 증가와 석유 비축분의 감소, 산유국의 감산 우려로 고유가 행진이 다시 이어지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무려 500억달러에 달했다. 에너지자원의 해외의존도가 97%를 상회하는 우리로서는 실로 힘겨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지난 16일 발효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탓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9위로 많은 데다 국민 1인당 배출량은 일본이나 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을 이미 앞지르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기후변화협약의 규제 당사국이 될 수밖에 없다.

협약 의무대상국인 선진국들과 세계 경제의 확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같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원전건설의 당위성이 다시금 힘을 얻으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1개국에서 430여기의 원전이 약 16%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의 공장이라 일컫는 중국은 "2020년까지 매년 두 개의 원전을 지을 계획"이란 큰 포부를 최근 뉴욕 타임스를 통해 밝혔다. 선진국의 경우 세계 원자력을 주도하는 프랑스가 신규 부지를 결정했고 핀란드가 건설을 시작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 문제에서 우리와 다를 것이 없는 일본 또한 계속 건설하고 있으며 자원 부국인 미국조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나라가 원전건설에 주목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대량으로, 경제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고, 머지않은 미래에 환경이 무역장벽이 되고 무기가 되는 '녹색전쟁'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인적자원이 우수한 나라에 적합한 기술집약 에너지가 바로 원자력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반도체 생산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규소가 많아서가 아니라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많은 우라늄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이미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또한 발전산업의 환경친화는 그 어떤 문제보다 먼저 고려돼야 한다. 아무리 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해도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지구 환경오염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나 오존층 파괴 문제 해결에도 원자력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자연이 본래의 모습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청정한 에너지를 만드는 일, 원자력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원자력발전 대신 태양광.풍력.지열.바이오.소수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국토여건과 기술개발 수준 등을 간과한 것으로 이들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물론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2011년까지 9조원을 투입, 신재생에너지 발전에서의 점유율을 7%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한 관련업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로드맵을 세워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이 고유가 시대와 기후변화협약 발효로 생길 수 있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에너지원이라는 인식하에, 원자력발전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굳건한 믿음과 신규 원전 건설사업, 중저준위 수거물센터 건립과 같은 국가적 현안이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심규열 한국수력원자력(주) 설계기술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