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한민국이 ‘군부 통치의 영양 부실 국가’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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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한민국을 보는 외국 교과서의 오류가 심각하다. ‘한국 바로알기 사업’을 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2009년 3년 동안 수집한 외국 사회과 교과서 중 한국 관련 기술(記述)이 있는 477종에서 한 권도 빠짐없이 잘못이 발견됐다. 일제강점기에 한국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호도(糊塗)하는 일본이나, 한국 고대사의 일부를 중국사로 왜곡하는 중국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일단 접어두자. 시급한 것은 남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곳곳의 교과서에서도 한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시정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한국이 칠레에선 ‘영양 부실 국가’라고 분류된 것을 비롯해 ‘포르투갈 식민지’(파라과이), ‘중국어 사용’(아르헨티나), ‘세계문화유산 없음’(멕시코), ‘군(軍) 출신 통치’(이탈리아) 등으로 소개돼 있다.

사실 이런 오류는 수년째 제기돼 온 내용으로 크게 새로울 건 없다. 외국의 교과서 필자들이 일부러 틀리게 기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관한 낡고 잘못된 자료와 정보가 주된 원인이다. 우리가 게을리한 탓에 벌어진 결과라고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좀 더 성의를 보이고 신경을 쓰면 될 일이다. ‘국제원조를 받는 나라’라는 영국 교과서가 지난해부터 “국제원조를 하는 나라”로 수정한 것이 좋은 예다.

우리 것에 대한 기초적 통계부터 역사·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게 급선무다. 선진 외국은 자국에 대한 외국 교과서 오류를 잡느라 무진 애를 써왔다. 일본의 경우 1958년 외무성 산하 국제교육정보센터를 설립해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교과서를 분석해 수정을 촉구함으로써 상당한 결실(結實)을 이끌어냈다.

지금처럼 외국 교과서의 오류 문제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전담연구사 6명에게만 맡겨둘 게 아니다. 민간외교사절단 ‘반크(VANK)’ 같은 민간 차원의 활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처럼 외국 교과서의 수집, 관련 기관과 저자의 관리, 오류 시정 확인 등을 체계적으로 담당하는 범정부 차원의 외교적 접근과 방안이 요구된다. 외국의 청소년들이 한국을 ‘군부 통치의 영양부실 국가’로 알고 있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