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둠즈데이 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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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둠즈데이 북
원제 Doomsday Book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지음
열린책들, 820쪽, 1만3500원

SF(과학 픽션)와 역사물의 퓨전으로 SF 팬과 역사물 독자 모두가 감탄할 만한 소설이다.

미래인 2054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주인공 키브린이 연구를 위해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키브린은 예정했던 1320년이 아닌, 하필 흑사병이 영국에 퍼지기 직전인 1340년으로 잘못 떨어진다. 무사히 자신의 시대로 귀환할 수 있을까? 말조차 알아듣기 힘든 중세에서 살아남을 수라도 있을지. 그런데 키브린을 과거로 보낸 이들에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다….

이런 식으로 이 소설은 미래와 중세라는 두 가지 시대를 씨줄로, 질병과 불운에 맞서는 불굴의 인간 의지를 날줄로 삼아 박진감 있는 드라마를 그린다. 주인공이 생존과 인간 이해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신선하다. 주인공 키블린과 그를 구하려는 교수, 중세의 앵글로 색슨 사제 등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극중 역할이 명확해서 내용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둠즈데이'란 '최후의 심판일'이란 뜻으로 '둠즈데이 북'은 원래 11세기 잉글랜드를 점령한 노르만디공 윌리엄 치세에 만들어진 인구.토지대장의 이름이다. 작품 속 주인공 손목에 이식한 소형 녹음기 이름이기도 하다.

어둠의 시대라는 중세나 과학으로 개명했다는 현대, 또는 더 나아가 미래까지도 인간 본성은 별 차이가 없다는 작가의 외침이 읽힌다. SF문학계의 양대 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모두 받았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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