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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이유 10 펜디의 셀러리아 가방

중앙일보

입력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면 패션 업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가죽이다. 특히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만든 가죽 가방은 가을 멋쟁이들의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가죽의 멋을 잘 살린 제품으로는 펜디의 셀러리아라인이 있다. ‘펜디’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앙증맞은 디자인의 ‘바게트 백’이다. 프랑스 여자들이 제과점에서 산 바게트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모습에 착안해 만든 가방이다. 1997년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1000여 개의 버전이 나오고, 세계적으로 60만개 넘게 팔렸다. 펜디라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셈이다.

바게트 백이 현대적인 가방이라면, 셀러리아는 펜디의 장인정신과 가죽 가공법의 기술이 집약된 가방이다. 본래 펜디는 모피와 가죽 제품으로 유명했다. 1925년 에두아르도 펜디와 아델 펜디 부부가 로마의 비아델 플레비치토 거리에 핸드백과 모피를 파는 부티크를 연 것이 펜디의 시작이다. 당시 로마에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호하는 부르주아층이 크게 늘었는데, 펜디가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 모피와 가죽 제품을 판매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중 아내인 아델 펜디가 만든 셀러리아는 로만 가죽을 소재로 정교한 수작업을 한 가방 라인으로, 당시 손가방·여행가방·부츠 등이 귀족과 왕실의 사랑을 받았다. 셀러리아 가방은 로만 가죽, 즉 이탈리아산 송아지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상위 40%부분을 사용한다. 가방을 만드는 장인은 가죽 상태를 확인한 후 제품에 쓰이는 각각의 부분을 손으로 재단한다. 제품에 필요한 부분을 고른 후에는 태닝 작업을 한다. ‘보타라투라’라고 하는 이 작업은 가죽을 원형기통에 넣고 열과 습기를 가해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다. 24시간 동안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되는데 공정이 끝난 후에는 부드러우면서 표면이 오돌토돌해 본래의 자연미가 느껴지는 가죽이 완성된다.

손질이 끝난 가죽은 ‘타질리오 비보’ 커팅을 거친다. 가죽 두 장을 겹쳐 놓고 잘라 기름을 먹인 실로 박음질하는 작업이다. 기름 먹인 실로 하는 박음질은 중세시대에 구두를 제작하던 전통적인 방식이다. 박음질 역시 수작업이다.

셀러리아 제품은 새들러 마스터들이 만들었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셀러리아라는 말 자체가 ‘이탈리아의 말 안장을 제작하는 워크숍’을 뜻한다. 1920년대 로마 왕족은 승마를 일상처럼 즐겼는데, 이들이 쓰던 안장과 부츠를 만든 이들이 새들러 마스터다. 당시 최고로 손꼽힌 안장은 말에 얹었을 때 튼튼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었다. 이런 기술을 핸드백 제작에 도입한 게 아델 펜디였다. 그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새들러 마스터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펜디 셀러리아 라인을 만들어냈다.

아델 펜디의 혁신적인 생각에 장인의 기술력이 더해진 셀러리아 라인은 1990년대 들어 현대에 맞게 재탄생됐다. 아델 펜디의 손녀딸이자 펜디의 크레에이티브 디렉터인 실비아 벤츄리니 펜디가 새롭게 론칭한 것이다. 실비아는 펜디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일궈낸 아델 펜디의 다섯 딸 중 하나인 안나 펜디의 딸이다.

아델 펜디의 다섯 딸은 좋은 모피를 구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모피 원단 마켓에 참가할 정도로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디는 이처럼 독립적인 여성 3대의 손을 거쳐온 브랜드다. 이런점은 펜디의 가방에서 잘 드러난다. 펜디는 직장 여성을 위해 딱딱하고 무거운 가방 대신 부드러운 가방을 선보였다. 여성의 삶과 스타일을 중시하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가방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모든 여성이 원하는,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가방이 펜디의 모토다. 이는 셀러리아를 비롯한 펜디 모든 가방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설명]펜디 셀러리아 린다 백. 셀러리아 라인은 1920년대 왕족들의 안장과 부츠를 만들던 마구 장인의 기술이 묻어난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제공=펜디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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