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희망은 밝히고 걱정은 끄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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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희망은 밝히고 걱정은 끄려면

봉곳하게 부풀어오른 여성의 유방처럼 매혹적인 신체부위가 있을까. 유방은 여성 성(性)의 상징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이성에겐 성적매력을 전달한다.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유방에 암세포가 자라면 유방 조직을 잘라내야 한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괴롭지만 여성은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잃은 데서 좌절을 느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방암에 걸렸더라도 유방을 보존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암환자가 늘고 있다.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조기발견·치료가 늘어난 덕분이다.

10월은 유방암 예방의 달이다. 유방암의 조기진단과 예방을 위한 가이드를 소개한다.

여성암 중 2위 … 매년 발병률 10% 가까이 상승

[일러스트=강일구]

유방암은 모든 OECD 국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2009년 12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여성 암 중 갑상선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문제는 유방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2001년부터 눈에 띄게 늘어 발병률이 매년 10% 가까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발병률이 매년 0.5%씩 증가하는 것과 비교된다. 한국유방건강재단 최국진 이사장은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모유수유를 기피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이 늦어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선진국은 유방암이 60~70대에 많이 발현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40대 이하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이희대 교수는 “30대에 발견되는 암은 공격적이고 진행이 빠르며, 이후 난소기능 저하·조기 폐경·불임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환자 급증 … 서구식 식생활과 만혼이 주범

다행히 유방암을 조기 발견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0기·1기 발견이 늘면서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9.5%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 이희대 교수는 “항암제나 방사선·수술 등 치료가 발달한 면도 있지만 그보다 유방암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져 많은 여성이 검진을 통해 조기에 암을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0기 또는 1기 유방암 환자 비율이 1996년 23.8%에서 2006년 47.1%로 크게 증가했다.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높다. 반면 암세포를 키워 3·4기로 넘어가면 치료 성적이 크게 나빠진다. 건국대병원 백남선(외과 교수) 병원장은 “유선관 내에만 암이 존재하는 0기 유방암은 99.5%가 완치된다. 5년 생존율은 1기에 발견하면 약 90%, 2기 85%, 3기 60%, 4기는 15% 정도”며 “병기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매월 생리가 끝나고 3~5일 뒤에 자가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유방 형태나 촉감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몸의 작은 변화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X선 유방촬영술이나 유방초음파, 의사의 촉진으로 유방암을 진단한다. 성인 여성이라면 1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받는다. 유방암의 약 5~10%는 유전성이므‘로 가족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2명 이상이라면 검진을 더 자주 받도록 한다.

유방암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술과 담배,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동물성 지방, 비만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영 교수는 “콩은 에스트로겐이 작용하는 많은 경로를 억제하므로 하루에 35~60g씩 섭취하면 좋다”며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과일과 채소를 먹고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백남선 병원장은 “2000년 초까지만 해도 0기 환자가 6~7%밖에 안 됐으나 최근에는 15%까지 올라갔다”며 “정부의 암 조기검진사업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유방건강재단에서 지난 10년간 유방암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펼친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혹시 나도 유방암?

유방이 제일 부드러운 때인 생리가 끝나고 3~5일 뒤에 자가검진을 한다.

1 서서 거울을 보며 눈으로 관찰한다 양팔을 편하게 내린 상태에서 → 양손을 뒤로 깍지 끼고 팔에 힘을 줘 앞으로 내밀고 → 양손을 허리에 짚고 어깨와 팔꿈치를 앞으로 내밀면서 가슴에 힘을 주고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각각 관찰한다.

2 2·3·4번째 손가락 첫마디 면을 이용해 만진다 검진하는 유방 쪽 팔을 머리 뒤
로 깍지 끼고 → 쇄골 부위와 겨드랑이 밑에서부터 시작해 유두 주변까지 손에 약간 힘을 줘 작은 원을 그린다  유두의 위·아래·양옆·안쪽에서 짜본다 → 이같은 동작을 서서도 해보고 누워서도 해본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 한쪽 유방의 크기가 평소보다 커졌다. ● 한쪽 유방이 평소보다 늘어졌다.
● 유방의 피부가 귤 껍질 같다. ● 평소와 다르게 유두가 들어가 있다.
● 유두의 피부가 변했다. ● 평소와 달리 팔의 위쪽이 부었다.
●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온다. ●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만져진다.
● 겨드랑이 림프절이 커져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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