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어휴~ 입 냄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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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환한 미소 뒤에 감춰진 고약한 냄새. 대인관계에서 구취는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최대 약점이다.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입냄새가 나면 불쾌해질 정도다. 입냄새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퇴치할 수 있을까.

◆ 구강질환으로 나는 냄새=흔히 말하는 입냄새의 90%는 혀의 백태, 치주질환(풍치), 충치, 구내 궤양 등 입안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때 고약한 냄새의 주범은 음식물 찌꺼기를 세균이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휘발성 황(黃)이다.

서울대 치대 구취클리닉 고홍섭 교수는 "가장 흔히 보는 혀의 백태는 음식물 찌꺼기, 죽은 세균, 염증액, 탈락한 세포 등이 혀의 오돌토돌한 유두 사이에 낀 것"이라고 말한다.

풍치로 알려진 치주질환(잇몸병)도 입냄새의 주된 원인이다. 고 교수는 "증상 없이 병이 진행돼 입냄새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풍치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려준다.

입속을 정화하는 침 분비가 줄어도 입냄새가 난다. 아침에 일어날 때 입냄새가 나거나, 술마신 후 입냄새가 심한 이유는 바로 침 분비가 줄기 때문이다.

그밖에 충치나 사랑니 주위의 염증, 입안에 생긴 궤양도 입냄새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 구강외 질병도 원인=축농증, 편도선염 등 이비인후과 질병에 의한 입냄새가 가장 흔하다.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어도 입냄새가 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소화가 안돼 트림을 자주 하거나 위.식도역류가 있을 때 신물이 나면서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당뇨, 만성 신부전, 만성 간질환 등 만성병 환자에게서 나는 입냄새는 지병으로 인해 몸에서 발생되는 것인데 말할 때 특히 심하게 느껴진다.

◆ 객관적 검사가 필수=입냄새가 고민일 땐 우선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입냄새의 원인인 휘발성 황화합물이 실제 얼마나 발생하는지 객관적으로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상 정상인은 수치가 100 전후인 반면 말할 때 냄새가 좀 난다 싶을 땐 200~300, 마주 앉아 있을 때도 냄새가 날 땐 수치가 2000 정도까지 올라간다는 것. 간혹 강박증이나 편집증 탓에 자신의 입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굳게 믿는 환자도 있는데 이때 객관적 조사치가 도움이 된다.

◆ 치료와 대책=별다른 병이 없는데도 입냄새가 난다면 음식 섭취 후 양치질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때 치아뿐 아니라 혀 구석구석 닦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구역질 때문에 기피하기 쉬운 목구멍 주변, 혀의 뒷부분은 혀를 쑥 내민 채 닦거나 숟가락, 얇고 딱딱한 혀 세정기 같은 기구를 쓰면 구역감을 줄일 수 있다. 또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이용해 입안에 음식물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일 치주질환, 충치, 부비동염(축농증) 등이 있을 땐 원인 질병을 치료한다.

평상시 침분비를 늘리고 입안이 건조하지 않게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입냄새가 신경 쓰이는 중요한 모임에선 황화합물이 많은 향신료(마늘.양파.파), 고단백 음식(계란.고기)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대신 침 분비를 늘리는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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