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WC 대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영어 글쓰기 로드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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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기자, 사진=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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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단어 알고, 좋은 글 인용 많이 해야

“요즘은 대학생들도 영어 글쓰기 공부를 많이 해요. 졸업 후 취업을 고려해야 하는데 기업에서 영어 글쓰기나 말하기를 요구하니까요.” 대학·일반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심성원(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씨는 “영어 글쓰기를 잘하려면 평소 인용할 ‘거리’를 많이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인용의 힘’이다. ‘소비와 자아 정체성’에 대한 주제였는데, 서론-본론-결론에 심리학 관련 책 내용과 학술적인 내용을 적절히 인용했다.

인용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전치사 ‘according to(~에 따르면)’를 활용하는 것이다. 심씨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활용해 글을 쓰되,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면 도움이 된다.

심은혜(서울국제고 3·고등부 대상)양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영자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초·중학교 때 영어에 대한 기초를 갖췄으니, 고교 시절부터는 시사적인 부분으로 영어의 눈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다. 영자신문의 오피니언 칼럼 등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찬성과 반대로 정리해 영어로 쓰는 연습을 했다. CNN 뉴스나 한국 기사를 영어로 번역한 글도 봤다. 기사를 읽은 후 머릿속에 마인드맵을 그린 후 정치·경제·문화·사회 등으로 분야를 나눠 노트에 정리했다. 심양은 “배경지식이 쌓이니까 에세이나 논술을 쓸 때 좋은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정리한 자료를 예시나 근거로 제시해 글을 쓰다 보니 의견이 논리적으로 정리됐다. 이번 대회에 상위문화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데 북한의 정치와 연결해 글을 써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서정(대원국제중 1·중등부 대상)양은 중학생이 된 후 영어 단어 공부에 집중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쉬운 내용의 글이 많아 단어가 쉬웠는데, 중학교에 올라오니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이 있어 단어도 어려워졌다. 박양은 우선 최근 시사 이슈를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사를 주제로 글을 쓸 때 쉽고 간단한 단어로 풀어 쓰는 것도 좋지만, 상황에 맞는 고급 단어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문장 구조가 튼튼하고 단어가 다양하게 사용돼 단어 공부에 도움이 돼요.” 박양은 영자 신문에 나오는 칼럼도 자주 활용한다. 최근 이슈가 되는 단어를 익힐 수 있어서다.

성휘연(서울 원명초 6·초등 고학년부 대상)양은 “초등학교 때는 영어 쓰기 공부를 따로 하기보다 영어책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학생이 되면 체계적으로 영어 글쓰기를 배우기 때문에 지금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재미있는 영어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영어로 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성양은 『퍼시잭슨』을 추천했다. 영화로도 나온 이 책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시리즈다.

바꿔 쓰고, 많이 쓰면 실력 늘어

영어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영어일기 외에 북 리포트를 쓰는 것도 좋다. 책에는 베껴 써 볼 만한 좋은 문장이 많기 때문이다. 서술문도 도움이 된다.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자세히 쓰다 보면 언어를 정확히 고르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을 참고해 설명문을 써 볼 수 있다. 창의력을 기르려면 이야기 글을 쓰는 연습을 해 본다. 이야기 글에는 주제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먼저 상상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눠 그에 들어갈 이야기를 만들면 쉽게 쓸 수 있다. 어느 정도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기면 설득하는 글에 도전해 본다. 이런 글은 입시에서 활용되는 영어 에세이와 형식이 같은데 찬반을 묻는 주제를 활용하면 좋다. 예컨대 ‘외모를 가꾸는 데 찬성하는가’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이 효과적인가’ 등이다. 서론·본론·결론에 맞게 써야 하지만 연습할 때는 주장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찾는 게 효율적이다.

영어 글쓰기를 할 때 사전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연어사전·동의어사전·영어사전을 함께 활용하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 심씨는 “활용 빈도가 많은 쉬운 단어일수록 정확한 용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연어사전은 같이 사용되는 표현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와준다. variety(다양하다)는 wide가 붙어 wide variety(매우 다양하다)로 표현되는 식이다. 또 글을 쓰다 보면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동의어사전을 찾아 같은 뜻을 가진 다른 단어로 바꿔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독해를 못하면 글쓰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심씨는 “읽기와 쓰기의 관계에서 독해 능력의 기반 위에 작문 능력이 형성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읽기를 먼저 하고 쓰기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작문 연습을 독해와 함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문법 공부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하고 싶은 말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장 구조나 단어처럼 속담·격언도 많이 알면 좋다. 박양은 “영어 일기쓰기 등을 통해 좋은 문구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짧은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양은 “다른 사람의 에세이를 읽고 자신의 의견을 쓰다 보면 여러 시각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 입장에서는 모방을 통한 연습이 중요하다. 좋은 문장을 조금씩 ‘바꿔 쓰기’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면 단순히 모방이나 표절이 아닌 창의적인 글쓰기가 된다. 또 특정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 전 인터넷과 책으로 다양한 자료의 글을 광범위하게 읽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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