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저녁에, 씹어 마시는 흰우유가 진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우유 데워 먹으면 안되나요? 헬스마스터 바로가기

다듬고 양념해 조리하지 않아도 114가지의 영양소를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있다. 바로 ‘우유’다. 단일 식품이지만 건강을 돕는 이점이 많아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주식 이외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기는 대표 식품이 된 이유다. 광주광역시 봉선동에서 증조 외할머니부터 손자까지 4대가 모여 사는 예서(3·여)네 가족을 통해 우유가 각 세대에 주는 ‘건강 선물’을 살펴봤다.

유당, 아이 뇌세포·뇌기능 발달에 좋아

우유는 114가지 영양소가 가득해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이유다. [중앙포토]

예서는 아침에 일어나 우유 한 잔을 비운다. 어린이집에 가선 오전과 오후에 각각 200mL 우유를 또 먹는다. 엄마 노상희(27·약사)씨는 “우유 덕분인지 활달한 성격 때문인지 지금껏 잔병치레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13개월 된 여동생 예린이도 우유에 맛을 붙였다.

우유는 예서·예린 자매처럼 성장기 아이가 꼭 챙겨야 할 식품이다. 우유 완제품에는 버릴 것 하나 없는 110여 가지 영양소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윤성식 교수(한국유산균학회장)는 “유당·단백질·유지방·비타민A·비타민B2·칼슘·마그네슘(무기질)·판토텐산 등 8대 영양소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뇌·뼈·근육 등 모든 신체기관이 급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우유의 8대 영양소는 자동차 연료와 같다.

유당은 포유동물의 젖에 있는 유일한 탄수화물이다. 뇌세포의 형성과 뇌기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 윤 교수는 “젖에 유당 함량이 높은 동물일수록 지능지수가 높다. 사람의 모유에는 7%, 젖소에는 4.5%가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은 피부와 근육을 만드는 영양소다. 우유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들이 골고루 있고 소화 흡수가 잘 된다.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홍주영 교수는 “골격과 치아 형성에 필요한 칼슘은 우유의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한 성분이다. 비타민 B2는 성장 촉진 비타민으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유를 규칙적으로 마신 아이들이 마시지 않은 군보다 키·골격이 크고 뼈 골절률도 약 3배 낮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의 우유 섭취량은 한 컵의 용량을 200mL로 봤을 때 하루 2~3컵이 적당하다. 이후부턴 두 컵이 권장된다.

칼슘·불포화지방산, 엄마 다이어트에 도움

예서 엄마 노씨는 둘째 출산 후 다이어트와 건강을 다스리는 식품으로 저지방 우유를 택했다. 한 컵만 마셔도 포만감을 주고, 열량도 200mL당 약 70㎉에 그쳐 식이조절에 좋다. 우유 속의 칼슘·식이섬유·각종 비타민은 다이어트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한다.

윤성식 교수는 “미국의 테네시대 식품영양학과 마이클 지멜 교수는 우유 섭취를 통해 칼슘량이 증가하면 체중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칼슘 보충으로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 리파아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유의 불포화지방산인 공액리놀렌산도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 대사량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의 유당은 여성이 많이 겪는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유당이 분해되면서 젖산을 만드는데, 우유의 수분과 함께 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예서 아빠 김재환(29·약사)씨는 아침 식사를 거를 때 식사 대용으로 우유를 마신다. 홍주영 교수는 “우유 단백질이 위액을 중화시키는 완충효과를 해 속 쓰림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비타민 A·B2·칼슘, 할머니의 ‘종합영양제’

예서 외할머니 박미영(50·약사)씨는 또래보다 피부가 곱다. 가족들은 오랫동안 우유를 곁에 둔 결과로 생각한다. 박씨는 폐경 후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하루 두 컵의 우유를 잊지 않는다.

여성은 폐경 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가 활성화돼 골다공증이 올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칼슘이다. 우유의 칼슘은 다른 식품의 칼슘보다 체내 흡수율이 높다. 유당이 칼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일일 칼슘 권장량은 700㎎. 하지만 식사를 통해 약 500㎎을 섭취하는 데 그친다. 우유 200mL에는 200㎎의 칼슘이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들에게 부족한 영양소 3가지가 칼슘과 비타민 A·B2다. 우유는 이것들을 모두 함유하고 있다.

고혈압이 있는 외할아버지 노지현(55)씨도 우유에 과일을 갈아서 마신다. 윤성식 교수는 “체내 칼슘이 높아지면 신장에서 나트륨 배설이 촉진돼 혈압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예서네 증조외할머니 백옥자(83)씨도 우유를 챙긴다. 음식을 고르게 섭취하기 힘들어 영양 불균형을 보이는 노인에게 우유는 종합영양제와 같다. 카스피해 서부 연안의 장수 국가 아제르바이잔이 장수 비결로 꼽는 것도 우유 등 유제품이다.

노인성 질환인 치매는 체내에 비타민B와 콜린이 부족해 뇌세포가 급격하게 퇴행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우유에는 비타민B와 콜린이 풍부하다. 홍주영 교수는 “우유를 소화하기 힘든 노인은 미지근하게 데워 적은 양을 나눠 먹거나 죽이나 카레 등 음식에 첨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유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

● 흰 우유를 마신다 성인병의 원인 중 하나인 인공향료와 식용색소가 없다

● 씹으면서 마신다 우유에는 고형분이 많다. 씹어 천천히 마시면 소화가 잘 된다

● 섭씨 5도일 때가 맛있다 끓이면 열에 약한 비타민·무기질 등이 파괴된다

● 칼슘 보충이 목적이라면 저녁에 마신다 수면을 취하면 혈중 칼슘 농도가 낮아져 몸은 뼈 속 칼슘을 소모한다

※자료: 낙농자조금관리위원회

황운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