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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헬멧 소재로 포장…굴비, 상자 열면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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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롯데백화점은 이번 추석 시즌부터 냉장 정육선물세트의 포장 소재를 스티로폼에서 EPP(발포폴리프로필렌)로 바꿨다. EPP는 오토바이용 헬멧을 제작할 때 쓰이는 물질이다. 이 소재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적게 나와 친환경적인 데다 복원력과 탄성이 뛰어난 게 특징. 단열효과도 좋아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냉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 회사 축산담당 고대승 과장은 “EPP 선물 포장의 개당 가격은 1만1000원으로 스티로폼 포장보다 네 배 정도 비싸지만, 냉기 유지와 충격 흡수가 뛰어나 추석 선물 포장재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도자기에 담겨 있는 전통장류 선물세트. 현대백화점은 장류가 발효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해 합성수지 용기가 아닌 도자기에 담았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한우 선물세트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쿨러백(Cooler Bag)과 항균 밀폐용기를 사용한다. 나노기술이 적용된 쿨러백과 항균 밀폐용기에는 은과 참숯 성분 등이 녹아 있어 항균·항취 작용을 한다. 이 회사는 또 젓갈이나 고급 전통 장류 선물세트는 합성수지 용기 대신 도자기에 담는다. 판매 이후에도 발효가 지속되는 이들 제품의 속성을 감안해 고유의 향을 더 오래 간직하도록 한 것이다.

추석 선물세트의 포장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포장 디자인만 멋있게 하는 게 아니라 제품의 맛과 향을 더하고 신선도도 높여준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 포장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이상기온 여파로 제품의 신선도와 맛을 오래도록 보존하는 게 유통업계 전체의 고민거리가 됐다.

현대백화점은 과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려대 식품공학과 박현진 교수가 개발한 ‘신선 스티커’를 활용 중이다. 과일의 노화를 촉진하는 에틸렌 가스를 흡수하는 기능을 갖춘 신선 스티커를 꼭지 부분에 붙여 신선도를 지키는 방식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신선도 유지제인 ‘후레쉬업’을 자체 개발해 이번 추석 과일선물세트 포장에 적용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정육제품의 신선한 배송을 위해 축산물 가공센터를 설립하고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했다. 진공상태로 포장한 제품에 산소 20%와 이산화탄소 80%의 공기를 넣은 뒤 재포장하는 ‘2중 산소포장’으로 신선도를 높였다. [김태성 기자]

포장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추석부터 ‘가스치환 포장(MAP)’을 적용한 한우선물세트를 내놓았다. 고기 포장 내의 공기를 모두 제거한 다음 산소·이산화탄소·질소를 혼합한 가스를 채워 넣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할 수 있어 반진공포장 제품보다 사흘가량 더 오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친환경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도 올 추석 선물 포장의 특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추석을 겨냥해 프리미엄급 선물 세트를 담을 수 있는 오동나무 패키지 1만여 개를 특별 제작했다. 신세계 측은 “오동나무 포장을 활용해 선물받는 사람에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가정에서 수납함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자사의 참기름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모든 기름병을 100%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병 뚜껑 소재는 이 회사가 스페인·이탈리아의 유리 전문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다. 병 모양은 과거 동네 기름집에서 사용하던 기름병과 와인병을 응용해 고급스러움과 친근함을 더했다.

신뢰감을 높이는 포장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영광법성포 굴비세트 포장 내에 녹음 장치를 넣었다. 이 장치는 포장을 열었을 때 “영광군 식품사업담당 ○○○입니다. 믿고 드실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라는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오도록 고안됐다.  

글=이수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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