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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햇살론이 그늘지지 않게 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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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민전용 대출 상품인 ‘햇살론’의 기세가 8월의 태양만큼이나 뜨겁다. 7월 26일 판매가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5000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비슷한 상품으로 은행권에서 취급하고 있는 ‘희망홀씨 대출’이 도입 후 한 달 동안 실적이 323억원에 그쳤음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특히 대출조건이 희망홀씨 대출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여건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폭발적 인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은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이 그만큼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가 어려웠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햇살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시행 초기 현장 사례에서 대두된 쟁점 사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신청자에 대한 지원 확대 부문이다. 현재 이 등급의 대출 실적이 저조하다. 대출이 많거나 채무불이행 전력이 있는 층이어서 보증서 발급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증비율 100%로 보증서 발급이 가능하다면 서민 지원 취지에 좀 더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

다음으로는 역차별 문제다. 예를 들어 연소득 4500만원인 7등급 신청자는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데 반해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인 5등급 신청자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대출 대상을 2000만원 이하 저소득자나 6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햇살론을 받기 위해 고의로 카드대금 등을 연체하는 방법으로 신용등급을 낮추기도 한다. 이는 금융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므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햇살론 이용 고객의 모럴해저드도 경계해야 한다. 햇살론이 서민금융지원상품이라고 상환에 대한 계획 없이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식이라면 미래는 밝을 수 없다. 금융회사들은 햇살론 취급에 따른 2중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 햇살론 보증재원 출연 부담(6개 금융회사 총 1조원)과 대출 취급금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의 부실에 대한 책임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취급 금융회사의 지속적인 참여다. 금융회사가 소극적이면 햇살론의 인기는 반짝할 수밖에 없다.

햇살론도 기본적으로 대출 신청자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즉 햇살론은 고금리 대출금 대환이나 긴급가계자금, 자립을 위한 창업자금 등 자활에 도움되도록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사기 대출에 악용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관계당국이나 금융회사는 햇살론이 도입 취지에 맞게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겠다.

황의영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총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