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석유 중독이 지구온난화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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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최근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다국적 석유기업 BP의 원유 유출사고 배경에는 인류가 석유에 중독됐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환경보건대학의 존 스펭글러(66·사진) 교수는 2일 “사람들이 석유에 중독됐다는 것은 ‘이동성’에 중독됐다는 의미”라며 “인류가 역사상 지금처럼 많이 이동한 적도, 화석연료에 의존이 높았던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국제환경노출학회(ISES)와 국제환경역학회(ISEE)의 2010년 공동학회에 참석해 “우리의 지구는 얼마나 건강한가”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스펭글러 교수는 실내공기오염 분석과 화학물질노출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강연에서 스펭글러 교수는 올 4월 미국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BP의 시추선 폭발사고로 다량의 기름이 유출돼 생태적 재앙을 일으켰다는 점을 집중 거론했다. 그는 “석유 수요가 늘면서 점점 더 취약한 곳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문제”라며 “과도한 석유 소비는 지구온난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올 여름 러시아 폭염과 같은 최근의 빈번한 기상이변은 기후예측모델에 의해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갈수록 빈번해지고 정도도 더 심해지며 가속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펭글러 교수는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가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생선이나 육식보다 채식으로 단백질을 얻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번에 KAIST에서 개발한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볼 기회가 있었다”며 “이런 기술이 적용된다면 환경 문제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유타주에서는 KAIST의 온라인 전기차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전공인 실내공기오염 문제와 관련해 스펭글러 교수는 “가격이 싼 건축자재를 찾다 보니 실내공기오염, 새집증후군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며 “실내공기오염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면 정부가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아일랜드 더블린시에서 대기오염 규제를 강화한 결과, 바로 그해 겨울 일일 사망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수록 심장질환자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펭글러 교수는 “한국은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를 도입함으로써 경제력이 비슷한 다른 나라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대기오염을 뚜렷이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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