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노인이 큰절을 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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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회장 안필준)가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다. 26일 노인 대표 180여명이 참석한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노인회의 한 간부(80)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큰절을 한 일 때문이다. 이는 예정에 없던 일로 노 대통령도 당황해 황급히 그 간부를 일으켜 세웠었다.

노인회 관계자는 27일 "전화가 불통 될 지경"이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상대가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나이 많은 노인이 어떻게 연소자에게 큰절을 할 수 있느냐"는 질책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몇몇 노인은 욕설까지 섞었다고 한다.

평상시엔 하루 한두건 정도 의견이 올라오던 노인회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큰절'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2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판은 회원이 아닌 사람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노인들이 작성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판 일색이었다.

한 네티즌은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대통령이 예를 올리면 몰라도 어떻게 노인이 자식뻘 되는 사람에게 큰절을 하느냐"며 "노인의 위엄을 떨어뜨렸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자유당 때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큰절을 올리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노인회에도 화살이 돌아가 "노인들의 체면을 부끄럽게 만든 데 대해 간부들은 사과하고 총사퇴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노인회 관계자는 "고령에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이 대통령을 만난다는 생각에 흥분해 돌발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며 "언론에서 큰 의미를 두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정욱.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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