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헌혈 행진' 3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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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양남호 교감(右)과 둘째아들 종선씨. 큰 아들 종헌씨는 서울에서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느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전북 고창군 고창중학교 양남호(57) 교감 집은 '헌혈 가족'으로 불린다. 양 교감을 비롯해 두 아들 종헌(27).종선(25)씨 등 세명이 짧게는 2주, 길게는 2~3개월에 한번씩 전북대 '헌혈의 집'을 찾기 때문이다.

3부자가 지난 10여년간 헌혈을 한 횟수는 모두 188차례. 양으로 따지면 성인 남자 20명분의 혈액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

"헌혈은 피가 모자라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생명을 나눠주는 소중한 일입니다.게다가 혈압 등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검진의 효과도 있어요."

양 교감이 처음 헌혈대에 오른 것은 1994년 전북대 사대부고에서 교사로 재직할 때다. 헌혈버스가 교내에 들어 온 어느날 제자들이 소매를 잡아 끄는 바람에 헌혈대에 올랐다. 사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생물교사로서 혈액의 기능.중요성 등을 가르치면서도 헌혈에는 한번도 동참하지 못했다. 몸무게가 가벼워도(57㎏) 헌혈하는 데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양 교감은 이후 2~3개월에 한 번씩 헌혈을 했다. 지금까지 모두 140차례에 걸쳐 이웃들에게 피를 나눠줬다. 이같은 공로로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금장.은장 등 두차례 포상도 받았다.

양 교감의 헌혈 행진은 아들들에게도 이어졌다. 현재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큰 아들 종헌씨는 고2 때 헌혈을 시작해 매년 3~5차례씩 총 30차례, 대학 4학년인 작은 아들 종선씨도 2003년 군 제대 후 18차례나 헌혈을 했다. 부인은 저혈압이라 헌혈하고 싶어도 못하는 형편이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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