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수기 공모전 우수상 받은 할리우드 단역배우 김광태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초등학교밖에 못 다닌 제가 5개 국어를 구사하고 무술을 배워 배우와 보디가드로 활약했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이죠?"

미국의 '킴 재단'이 주최하고 뉴욕중앙일보가 주관한 '이민 1세대 대상 이민수기 공모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광태(69.사진)씨. 그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7년 간 운전사로 일하다 34세 때(1970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김씨는 작업장 인부.구두 수선공 등 갖가지 일을 하며 떠돌다 한 중국인을 만나 중국의 전통무예인 용천권을 배웠다. "한국에서 10년간 합기도를 한 덕분에 빨리 익힐 수 있었어요. 이때 배운 중국 무술이 제 평생의 밑천이 됐죠."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사가 운영하던 콜택시 회사의 기사로 일하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퀸마틴 프로덕션의 대표를 알게 됐다. 김씨의 무술 실력을 인정한 그가 자신의 운전사 겸 보디가드로 고용하는 한편 단역배우의 길도 열어줬다.

"78년부터 연기를 해 TV 드라마.영화.광고 등 총 80여편에 출연했어요. 그 중 애틀랜타 올림픽(96년)때 미국에서 6개월간 방영된 맥도널드 햄버거 광고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지요."

김씨는 자신이 다이빙 코치로 나온 이 광고가 맥도널드가 아시아인을 광고에 기용한 첫 사례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김씨는 배우와 보디가드로 신명나게 일했지만 많은 돈을 벌진 못했다. 그래서 가발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현재 그 회사는 UCLA를 졸업한 김씨의 딸이 운영한다.

정규 교육을 많이 못 받은 게 한이 된 김씨는 "요즘 만학의 즐거움에 푹 빠져 살고 있다"고 했다. 60세 때 일본어를, 3년 뒤엔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UCLA에서 2년간 배우고 중국 칭화(淸華)대에서 2년간 어학연수를 했다. 이렇게 닦은 중국어.일어 실력으로 모국어가 서툰 중국 및 일본계 2세 배우들을 대신해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한다. 최근엔 스페인어 공부까지 하고 있어 영어.한국어를 포함해 5개 국어를 하는 셈이다.

킴 재단은 뉴욕 일대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김대원(50).광원(43)씨 형제가 10년간 1000만 달러를 출연키로 하고 지난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재단의 첫 사업인 이번 수기 공모대회에서 대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무진 택시회사를 하는 서영자(63)씨에게 돌아갔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