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전문가의 영상 시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평생 희곡과 셰익스피어 연구에 매달려온 고려대 영어교육과 송옥(58)교수가 직접 찍은 사진에 자작 영시(英詩)·한국시를 곁들인 영상 시집(Photo Poems) 『참새들의 연가(Love Song of Sparrows)』(도서출판 동인)를 최근 펴냈다.

책의 왼쪽 페이지에는 시, 오른쪽에는 사진을 배치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읽고 보다 보면 시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상은 사진 속의 구체적인 장면들과 호응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한다. 68쪽에 실린 시 '사라진 제비 가족' 오른쪽에는 제비집 하나 없이 텅비어 깨끗한 아파트 베란다 천장 사진이 실려 있다. 잔잔한 감동, 정보 과다로 공격적이지 않은 여백같은 여유가 신간의 매력이다.

신간에 실린 송교수의 작품은 시 35점, 사진 35점 등 모두 70점이다. 시는 1970년대 유학시절부터 틈틈이 썼던 영시편들에 2000년 이후 쓰기 시작한 한국시들을 모았다. 사진은 시보다는 최근에 도전한 장르다. 2000년부터 삼성·캐논 등 줌기능을 갖춘 자동카메라로 여행지나, 출퇴근길에서 포착한 '순간'들을 이번에 묶었다.

송교수는 "나는 시인도 아니고 사진 작가도 아니다. 하지만 나같은 보통 사람도 시와 사진의 문화를 향유하고 남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송교수는 "시에 그림을 곁들인 시화(詩畵)는 우리의 전통문화다. 영상 시집은 그런 전통에 닿아있다"고 덧붙였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