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몸통’ 지자체 위원회] 진화하는 업체 로비 … 피하는 방법도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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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를 얻기 위해 로비를 하려는 자와 이를 피하려는 위원들의 머리 싸움은 치열하다. 로비 방법 중 가장 흔한 것이 ‘일상 관리’다. 건설업체의 경우 공사 인허가와 관련된 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평소에 찾아가 꾸준히 접대한다. 심의 날이 되면 업체들은 ‘새벽 뻗치기’에 들어간다. 흔히 자치단체에서 심의 당일 새벽에 심의위원을 뽑아 문자를 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체들은 유력 후보자의 집 앞에서 밤샘을 한다. 심의를 위해 아침 일찍 문을 나서는 위원에게 청탁과 함께 돈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파주 교하신도시 입찰비리 사건에도 한 평가위원이 평가 당일 새벽 아파트 입구에서 “(심사에서) 회사에 높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4만 달러(5000만원 상당)를 받았다.

금품을 제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돈을 직접 건네는 경우도 있지만, 위원들에게 로비성 용역을 주거나 해당 위원의 작품을 사주는 일도 흔하다.

인천시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낙찰되면 기관의 추적을 의식해 1년쯤 지나 사례를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공사를 진행할 때 관련 컨설팅을 위원에게 맡기고 수천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로비를 피하려는 위원들도 머리를 짠다. 수도권 소재의 한 4년제 대학 이모 교수는 심사 당일 새벽에 집의 불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조용히 움직인다. 불을 켜면 집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업체 직원들에게 자신이 심사자라는 걸 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후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끈 채 택시를 타고 심의장까지 이동한다. 이 교수는 “한 번 돈을 받게 되면 계속 업체에 끌려다니기 때문에 개인이 불행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용석(전기전자공학) 연세대 교수는 “업체들이 로비를 목적으로 문자를 보낸 걸 고발했으나 해당 지자체에서는 구체적인 뇌물수수의 경우에만 고발이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며 “뒷거래하자는 불순한 의도가 분명한데도 고발과 처벌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익진·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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