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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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나는 배낭을 가볍게 싸기로 유명하다. …배낭을 쌀 때의 원칙은 이렇다. 제일 먼저, 넣을까 말까 망설이는 물건은 다 빼놓는다.

『중국견문록』(한비야, 푸른숲)

이 쾌도난마의 구절을 만나기 전에 나는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것저것 챙기고 쑤셔넣는 식이었으니까요. 군살에 군더더기까지 보탰으니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겠습니까. 배낭 싸는 일만 그런 것도 아니겠지요. 저자가 '바람의 딸'로 불리는 까닭을 알겠습니다. 그이에 대해 김용택 시인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썼더군요. "한비야라는 여자, 나중에 뭐가 되려고 이러는지. 40이 넘은 사람을 두고 지나온 날보다 그가 걸어갈 앞날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사람을 칭찬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석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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