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일병 사망원인 '자살'의견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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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방부 특별조사단(단장 정수성 육군중장)이 25일 주최한 '허원근 일병 사인 규명을 위한 법의학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법의학자 6명 중 5명은 許일병의 사망원인이 자살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국방부 특조단 조사에 참가한 법의학자들이 "18년 전의 사건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측의 법의학자도 참가한 가운데 공개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요청해 열리게 됐다.

특조단 자문위원인 황적준(黃迪駿·고려대 의대) 교수는 "당시 사고 지역의 날씨가 영하 5도였는데, 만약 許일병이 총상을 입고 의문사위의 발표처럼 7∼8시간 방치됐다면 동사했을 것"이라며 "머리 총상의 매연 방향과 왼손 상처의 매연 방향이 일치하는 것 등을 미뤄 보면 자살"이라고 주장했다.

이한영(李漢榮·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과장도 "가슴 두 곳의 총상으로 인한 출혈을 보면 의문사위의 발표와 달리 첫 발과 두 발 사이의 시간이 얼마 경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세 곳의 총상 모두 접사 또는 근접사였던 것으로 미뤄 자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상한(李相翰·경북대 의대) 교수는 M-16 소총으로 세 발을 쏴 자살할 수 있느냐는 논란과 관련, "외국에서는 가슴에 두 발, 머리에 세 발을 쏴 자살을 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문국진(文國鎭·고려대 의대)명예교수와 이숭덕(李崇德·서울대 의대)교수도 자살로 추정했다.

그러나 전 의문사위원회 자문위원이었던 이윤성(李允聖·서울대 의대) 교수는 "조사권이 없는 의문사위의 조사에 다소 허점이 있을 수는 있으나 자살로 결론내릴 결정적 증거 또한 없다"며 자살 및 타살에 대한 결론을 유보했다.

李교수는 이어 "가슴 두 곳에 난 총상의 색깔이 틀린 점과 당시 중대원 중 두 명이 타살 증언을 한 것 등에 대해 국방부가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盧모 중사를 비롯해 許일병과 함께 생활했던 중대원 5명이 나와 "의문사위는 총기 사고가 없었다는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특조단은 26일 사고현장인 강원도 화천군 7사단에서 당시 중대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검증을 벌인 뒤 이르면 27일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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