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의주 특구 계속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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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양빈(楊斌)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의 구금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위원장 김용술)가 특구 사업을 맡아 해외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협력추진위는 최근 평양을 방문한 중국·홍콩·싱가포르의 기업인·개인들에게 투자유치를 희망하면서 金위원장 명의의 위임장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양빈의 체포로 신의주 특구 개발사업에 제동이 걸렸으나, 추진위를 내세워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0월 북한경제시찰단을 이끌고 남한을 방문했던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도 "신의주 특구 개발은 계속된다"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추진위는 지난 9월 24일 양빈과 신의주 특별행정구 개발과 관리운영을 위한 기본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최근 베이징(北京)을 다녀온 국내의 한 기업인은 "이달 초 베이징에 있는 한 조선족 기업인이 신의주에 진출하기 위해 특구 중심부에 있는 빌딩 부지를 추진위와 계약했으며,다른 투자자 모집을 대행할 수 있는 위임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임장에는 金위원장의 사인이 있었다"고 전하고 "북측은 홍콩·싱가포르 기업과 접촉하기 전에 우선 한국기업과 투자유치상담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의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추진위의 위임장 발급은 신의주 특구가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하고 있지만, 투자유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해외동포 기업인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간접적으로 이끌어내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중개인을 내세워 계약의 분쟁소지를 없애고 투자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식인 셈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신의주 특구가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자본주의권과 교류해 인재 양성을 돕는 창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신의주를 방문하고 돌아온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의 한 관계자는 "북한 당국은 거래 대상이 자본주의권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신의주 특구가 자본주의 방식을 알고 첨단과학기술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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